[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운영위원회 위원장을 1년씩 맡자는 여당 제안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1년 제한'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여당도 입법부 일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서 저항하라고 했다. 사실상 받기 어려운 제안을 내세워 역공을 펴면서 윤 대통령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향후 1년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추경호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원 구성 마무리를 위해 법사위·운영위를 여야가 1년씩 맡자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3가지 조건을 여당이 수락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년간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민의힘 국회 운영 협조 △행정부의 입법권 침해에 대한 여당의 항의 등이다.
우선 그는 "윤 대통령은 향후 1년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즉시 공포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 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하고, 서로 협의하되 의견이 모이지 않는 사안에 대해선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지키는 측면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롯한 행정부의 부당한 입법권 침해에 대해 국민의힘도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적극 항의하고 맞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같은 조건을 제시한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이 뭔가를 제안하고 우리가 그거를 검토하려면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수용해 국정 기조를 싹 바꾸고 국민의힘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가 싹트고 대화도 가능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원 구성 협상에서 보여준 여당의 태도로는 신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18일)에는 원 구성을 불법으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놓고 하루 뒤에는 1년씩 나눠서 하자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면서 "진정성이라는 것을 전혀 찾아볼 길이 없고, 지금까지 논의되고 진행되어 온 모든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총선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민심을 거역하고 있고, 그 핵심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야당이 중심이 되어 국회가 잘 제어해 국정을 정상화시키라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해 법사위·운영위는 필수 사항이자 애초에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신뢰로써 상호 간에 신뢰가 쌓이지 않고서는 협상이 제대로 될 수도 없고 타협을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면서 "정상적인 대통령과 정상적인 여당이라면 민심을 수용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우선적인 방안으로 국회 부의장 선출을 꼽았다. 그는 "국회 정상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터무니없는 권한쟁의 심판을 즉각 취소하고 국회 부의장 후보 선출에 나서라"면서 "그래야 신뢰를 쌓는 데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겠나"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의힘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대상은 국민과 민주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두자"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이 태산같이 쌓여 있고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법안도 잔뜩 쌓여 있는 만큼, 마지막 기회조차 국민의힘은 날려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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