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첩첩산중' 면세업계…먹구름 갤 날은 '언제나'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방한 외국인 증가로 특수 맞은 호텔·관광업과는 '딴판'
면세점 객단가는 오히려 감소…한중 관계 회복에 희망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엔데믹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호텔·관광업계는 특수를 맞이했지만 면세점 업황은 여전히 먹구름이 낀 상태다. 고환율 여파가 겹쳐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데다 중국의 경기침체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 단체 관광객 유입이 좀처럼 늘고 있지 않아서다.

한국의 면세업 특성상 상황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의 항공노선 완전 회복이 희망의 끈이다.

지난 3월 인천공항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
지난 3월 인천공항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

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80만명으로 전년 동월(44만명) 대비 81.6% 증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출액은 같은 기간 9654억 원에서 9950억원으로 3.1% 느는 데 그쳤다. 단순 계산하면 이 기간 외국인 객단가는 22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43.2% 감소했다. 단체관광객이 줄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개별관광객이 늘어난 탓이다.

내국인은 154만명, 매출액은 255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8.7%, 22.0% 증가했다. 다만 전월 대비해선 내국인 수는 1.4% 줄었고 매출액은 0.6% 늘어 비슷한 수준이었다.

면세점 실적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누적 적자가 537억원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은 업계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비상경영체제 돌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희망퇴직 등 단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조직 축소를 통한 운영 효율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영업손실액이 157억원에서 52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신라면세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77%나 감소했고, 신세계면세점의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17.1% 감소했다.

업계는 롯데의 경우 업력이 가장 오래돼 고연봉자가 많고 해외 등에 투자를 많이해 다른 곳보다 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해외 6개 국가에서 14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매장이 많은 게 롯데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면세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해외에서 경쟁사 대비 매출이 높은 베트남과 오세아니아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중국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이 방문한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지난달 7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중국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이 방문한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면세업계는 외국인 증가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로 개별관광객 증가와 함께 국내 면세 시장의 특이한 구조를 꼽는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다이궁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 하지만 한국 면세점은 유독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17년 사드배치 사태 이후 한중 관계 경색으로 비공식적 한한령이 터지면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금지되다 보니, 다이궁들이 한국에 방문해 물건을 대신 구매해 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면세점들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다이궁에게 높은 수수료를 내면서 물건을 건네게 됐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했을 때와 달리 다이궁들은 대량 구매한 만큼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면세점 입장에선 이윤이 줄 수밖에 없다. 현재는 면세업계가 합심해 송객 수수료를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이윤이 줄어든 다이궁마저 구입을 안 하게 되는 상황이다.

2019년에는 개별 다이궁 시장이 형성되면서 면세업계가 호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별 다이궁이란 기업형 다이궁이 아닌 개별 관광객들이 개인 소비 목적과 되파는 목적으로 면세점을 방문했다는 걸 의미한다. 당시 면세점 매출은 연간 25조원 규모였는데 코로나19와 고가 K-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에는 13조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국의 면세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해외와 다른 부분이다. 국내는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만 4개 사업체가 면세점을 운영하는 완전경쟁 구조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이궁 송객 수수료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업계는 중국 경기가 좋아지고 한중 관계가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업계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으로 보는 모습이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중국 경기 부양 분위기가 형성되면 단체 여행상품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이 8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간 인적교류가 활성화되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2017년 이전처럼 패키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해외 면세점 업계도 장밋빛은 아니지만 국내와 달리 중국인,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다는 점에서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첩첩산중' 면세업계…먹구름 갤 날은 '언제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