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창업투자사 무한투자(대표 이덕훈·김성균)가 코스닥 상장사 우전시스텍의 인수를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벤처투자를 선보이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기업구조조정 펀드(CRC)로 우전시스텍을 인수하지만 장기간 투자를 통해 IT지주회사로까지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한투자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우전시스텍 인수는 기존 창업투자조합 방식이나 기업구조조정(CRC) 펀드와 다른 '사모투자(Private Equity, PE)의 맹아'"라고 밝혔다.
앞서 무한투자는 28일 VDSL 장비 및 케이블 모뎀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우전시스텍의 지분 13.04%를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이명곤 사장으로부터 48억원에 인수, 경영권을 획득한 바 있다.
기존 창투사의 투자는 대개 일반 투자조합 방식과 CRC, 그리고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사모펀드(PEF)의 3가지 형태로 진행돼 왔다.

투자조합은 기관이나 정부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펀드를 구성, 벤처기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일반화돼 있다.
CRC와 사모펀드는 부실기업을 통째로 사들여 정상화시킨 뒤 되파는 방식인데, 자금을 모으는 과정의 공개 여부가 가장 큰 차이라 하겠다.
창투와 CRC 라이선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무한투자는 자체 자금을 바탕으로 CRC 형태로 우전시스텍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번 우전시스텍 인수는 기존 CRC와 같이 부실기업을 인수해 단기간 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방식으로 정상화 시킨 뒤 높은 값에 되파는 형태가 아니다.
김성균 무한투자 대표는 "우전시스텍을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형태로 성장시켜 자사 정보기술(IT) 부문 투자의 중심축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여타 투자사와 인수합병(M&A) 및 마케팅 제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CRC와 사모펀드의 성격이 혼합된 투자형태를 보이면서, 투자기간이나 수익창출 방식 등이 각각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 우전시스텍은 CRC 펀드의 투자대상이 되는 소위 '망가진' 기업이 아니다. 올 상반기 676억원의 매출과 함께 269억원의 영업적자와 28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 3월 주력 거래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BB 측과 장비납품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납품이 잠시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이후 100Mbps급 VDSL 장비를 소프트뱅크BB에 납품하면서 매월 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전시스텍은 다산네트웍스 등과 함께 100Mbps급 VDSL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3~4개 업체 중 하나. 게다가 일본 ADSL 1위 사업자 소프트뱅크BB와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어, 현지 초고속 인터넷 통신의 높은 성장세와 함께 ADSL 장비의 교체수요 등으로 높은 실적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향후 2대 주주로 우전시스텍을 함께 키워나가게 되는 이 대표는 "회사가 더 커나갈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며 "계속해서 회사에 남아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된 만큼, 경영권을 넘긴 데 대한 서운함은 없다"고 밝혔다.
무한투자는 이번 인수로 우전시스텍의 자금조달을 돕고, 자사가 투자하고 있는 70여 개 IT 업체 가운데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는 회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현지법인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지에 마케팅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우전시스텍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는 "우전시스텍과 같은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IT와 BT(바이오 기술), ET(엔터테인먼트 기술)의 3개 분야에서 우전시스텍과 같은 중심축을 내세워 투자업무의 시너지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투자를 하고 투자사를 방치해두곤 했던 창업투자조합과 짧은 기간에 '치고 빠지는' CRC 펀드와 다른 이번 무한투자의 새로운 시도가 국내 창투업계의 투자형태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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