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남극은 빙상(대륙빙하)이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거대한 얼음벽 ‘빙붕’이 있다. 이 빙붕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면서 빙하가 빠르게 녹아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그 원인은 ‘해저 소용돌이’에 있음을 확인했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의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얼음벽이 무너지는 원인을 알아냈다.
빙붕(ice shelf)은 빙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빙하와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벽이다.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는 속도를 늦추고 외부에서 오는 따뜻한 바닷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서남극 아문센해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를 보호하는 빙붕이 붕괴하면 스웨이츠 빙하는 물론, 주변 빙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서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약 5m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 박태욱 박사와 일본 홋카이도대, 서울대 국제 공동 연구팀은 바다를 컴퓨터로 재현하는 최신 해양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스웨이츠 빙붕을 녹이는 핵심 작용 원인으로 해저에서 발생한 소용돌이를 지목했다.
북쪽에서 남극 연안으로 유입된 따뜻한 심층수를 소용돌이가 빙붕 하부로 올려보내 녹인다는 거다.
연구팀은 스웨이츠 빙붕 주변의 해저면이 빙하에 의해 깎인 계곡 형태를 보이는데 해류가 이 위를 지날 때 지형의 영향을 받아 소용돌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들은 따뜻한 바닷물을 빙붕으로 유입시키는 원인으로 남극해 표층에 부는 강한 바람을 꼽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해류와 해저 지형의 상호작용이 빙붕에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해류가 강했던 해에 빙붕이 더 빠르게 녹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유속이 빨라지면서 소용돌이가 강해졌고 고온 수를 빙붕에 더 가깝게 상승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인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4월호에 실렸다.
박태욱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남극해는 핵심 고리“라며 ”이번에 확인한 스웨이츠 빙붕의 붕괴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남극의 미래를 예측하고 인류에 대한 위협에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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