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중소기업청이 국내 창업투자사를 대상으로 공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벤처기업 지원에 매진하고 있는 창투사들의 업무 현황을 알리고, 과거 일부 비리로 인해 일반인들에 각인돼 있는 좋지 않은 인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공시제도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KTB네트워크 등 신기술금융사를 제외하고, 현재 중기청에 등록돼 있는 102개 창투사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창투사들이 하나 같이 '자랑할 거리'가 없는 모양이다.
창투사들이 1년에 한 번씩,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내놓은 정기·수시공시를 제외하고 진정 활성화돼야 할 자율공시 공간은 일주일 째 텅 비어있다.
업무상 일반인들과 거의 교류할 일이 없는데다, 벤처산업의 쇠퇴기를 거쳐 오면서 언론의 뭇매를 맞아온 창투사들이 회사 알리기를 꺼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게다가 상위 30~40곳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창투사가 벤처 붐 때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부실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정부나 기관의 출자금을 배정받지 못해 투자조합 하나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중·하위권 창투사들에 회사 홍보를 하라는 것도 사실은 우스운 얘기가 된다.
죽어 있는 곳은 어쩔 수 없지만 살아서 벤처투자에 매진하고 있는 창투사들은 자율공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나 기관, 대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투자업무를 진행하는 벤처캐피털의 1대 과제는 신뢰 확보라 하겠다. 믿음이 가지 않는 창투사에 돈을 대줄 투자자도 없고, 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는 벤처기업도 거의 없을 것이다.
신뢰는 좋은 소식을 자주 알리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확산되는 가운데 조금씩 살아날 수 있다.
창투사 공시제도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각 사의 업무현황이나 변화과정을 바로바로 일반에 알리는 일이라 하겠다.
지난 3월 고정석 신임회장과 함께 새 출발을 선언한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제시한 올 최대 목표도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었다.
올 들어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과 함께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로 호기를 맞고 있는 창투업계가 시장으로부터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회사 알리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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