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가 사모펀드와 동맹을 맺으며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박 전 상무는 18%의 금호석유화학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16일 업게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지난 15일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주주 권리를 위임했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3대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로, 지분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차파트너스는 다음 달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을 제안할 예정이다. 주주제안 명분은 소액주주에 대한 권리 보장과 주주가치 제고다. 박 전 상무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 또한 독립성이 결여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사회 구성으로 인해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 전 상무는 최근 주주환원이 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이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6일 공식 발표되는 프로그램에는 주주환원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기본방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주주환원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앞서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주주제안에 나서며 박 회장과 분쟁을 일으켰다.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 선임과 배당 확대 등의 안건을 올렸으나 모두 부결됐다.
또 지난해에는 금호석유화학과 OCI그룹 간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 상호 교환에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금호석유화학과 OCI그룹은 합작법인은 설립하고 금호석유화학의 보통주 17만1847주와 OCI의 보통주 29만8900주를 교환했고, 이때 금호석유화학은 교환 주식 수와 같은 17만1847주를 추가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상무는 이 주식 교환이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교환 주식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후 항소를 제기했으나 작년 11월 역시 패소했다.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차파트너스를 포함해 박 전 상무 측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은 10.88%다. 현 경영진의 지분은 박찬구 회장, 아들 박준경 사장 등 15.89%다. 양측이 4.9%p의 좁은 격차를 보이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9.27%로, 사실상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 앞서 두 차례의 분쟁에서는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준 이력이 있다.
한편 16일 전일 시간외 매매에서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종가보다 4.44% 오른 14만8100원에 거래됐다. 시간 외 거래량은 6523주다. 양측의 지분율 확보 경쟁이 붙으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박 전 상무 측은 공개매수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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