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이해 관계자와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의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상공회의소는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 상의가 지목한 규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이다. 이 법에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와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 부당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 상의는 "한국 정부가 법안 전체 조문을 공개하고 미국 재계와 미국 정부 등 이해 관계자와 논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상의는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모범적인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공정위가 다음 달 중 정부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의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이 규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T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제재가 실질적으로 어려워 결국 국내 기업에 규제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서버가 해외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사에 자료를 얼마나 공개할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와 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사업자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대형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기회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에 책임을 묻거나 규제를 강화하면 사업 경력이 없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사업자와의 협력을 줄이게 돼 오히려 전체 생태계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플랫폼 규제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르게 추진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플랫폼 규제의 선례로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참고하는데 DMA는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이라며 "법안이 미치는 영향력 등을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하는 상황에 공정위가 서둘러 규제를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 각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 측은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며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내를 물론 미국 등 외국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더 충분히 청취하며 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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