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후분양제가 최근 논란이 된 부실시공을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고 더 정확한 분양원가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장점만 있는 제도는 아니다. 후분양제는 주택공급업체의 자금운용부담을 키우고 시공사의 금융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공급량이 감소할 수 있다.
2017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발표한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공급 예정인 연평균 38만6600가구 주택이 공정 80%에서 분양을 하면 건설사가 연평균 35조4000억∼47조3000억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건설사가 추가 비용을 내야하면 중소·중견 건설사의 공급물량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후분양제로 연평균 최소 8만5900가구, 최대 13만4800가구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한꺼번에 목돈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측면이다. 선분양제도로는 중도금을 5~6회 나눠 치르지만, 후분양으로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내야 하는 기간이 압축적으로 짧아진다.
예를들어 SH가 2014년 공급한 내곡지구 2단지와 6단지는 그 해 10월 계약 후 12월과 2015년 2월 중도금을 납부했다. 입주일은 2단지가 6~8월, 6단지가 4~6월로 계약 후 6~8개월만에 중도금 납부와 입주까지 진행했다.
중도금 납부 회차가 적고 입주시 지불하는 잔금 비율이 높은 후분양 아파트는 입주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입주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입주자의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후분양제 아파트는 계약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청약을 진행한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는 53가구 중 27가구가 미계약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자이'도 116가구 중 절반 이상인 73가구가 미계약했다.
후분양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서도 후분양제의 짧은 잔금납부 기간에 대해 토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후분양 아파트단지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입주자들은 "잔금 치루는 시간이 순식간이라 당첨이 돼도 잔금 때문에 고민이다", "후분양이라 더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후분양은 입주까지 기간도 짧고 그 기간동안 기존 살던 곳도 정리가 돼야 하는게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SH가 분양하는 주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에 입주자의 부담이 덜하지만 촉박한 일정과 높은 잔금은 민간아파트와 똑같이 부담이다. 고덕강일지구의 경우 잔금 비중이 45%로 전용 59㎡ 기준 최대 2억1900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잔금 비중이 55%였던 내곡지구 2·6단지의 같은 평형도 잔금으로 2억원대 초반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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