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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징' 한강변은 언제부터 '우범지대'가 됐을까 [현장 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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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3구역 설계 공모 1차전서 '공공보행통로' 두고 견해차
래미안 원베일리, 공공보행통로 4곳 조성…"우범지대 우려"
"'한강 치맥' 좋지만…" 김영옥 의원 "건전한 음주문화 필요해"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권을 놓고 해안건축과 희림건축이 다시 맞붙고 있습니다. 이전 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희림의 설계사 최종 선정이 무효가 되면서 2차전에서 다시 격돌합니다.

당시 희림은 공공보행통로를 동호대로변 지상에 우회 설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사비 부담이 없고, 지상 공공보행통로라 보행환경이 양호하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경쟁사 해안의 경우 지하 3층, 단지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공공보행통로를 제안했습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보행환경이 좋지 못하고,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네요.

'공공보행통로'는 지구단위계획에서 입주자가 아닌 일반인이 통행할 수 있도록 조성한 24시간 개방된 통로를 말합니다. 지구단위계획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조성됩니다. 통상 재건축 사업장에선 이처럼 공공보행통로의 기부채납을 약속하고 재건축 사업 허가를 받게 됩니다. 즉, 허가권자와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꼭 이를 이행해야 합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압구정3구역 공공보행통로를 두고 나온 '우범지대' 지적은 지나친 우려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최근 입주민들의 우려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어보입니다.

얼마 전 지인의 집들이에 갔습니다. 한강변 인근 신축 아파트였는데요, 새벽에서야 끝난 집들이를 마치고 마중 나온 집주인 A씨와 지인들은 대로변까지 잠시 걷기로 했습니다. 채 몇 분이 되지 않는 거리에도, 불 꺼진 아파트 숲과 상가 사이사이 유독 취객이 많이 보였습니다. 심지어 길거리에도 취한 사람들이 잠에 든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집주인 A씨는 익숙한 듯 지인들의 팔뚝을 연신 잡아끌며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한강변은 아니지만 강남권에 거주하는 또 다른 지인 B씨는 "여긴 고가 아파트들뿐이고, 술집도 없는데 왜 이렇게 취한 사람이 많냐"고 묻자, A씨는 "한강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인근 아파트 원주민 C씨도 거들었습니다. C씨는 "한강에 술 마시러 많이들 가지 않냐. 이른 새벽에 러닝을 하러 나가면 단지와 가까운 곳에서부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꼭 취객을 본다"며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계절에는 술에 취한 노숙인들도 많다"고 말합니다. 한강 풍경만큼 '좋은 안주'도 드문 것은 사실입니다.

올 여름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들은 공공보행통로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앞서 입주를 앞두고 조합원들은 "비행 청소년 등으로 우범지대가 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청은 공감하며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래미안 원베일리에는 모두 4곳(A~D)에 공공보행통로가 마련됩니다. 공공보행통로 D의 경우 단지를 가로지르는 게 됩니다. 현재 아파트와 상가를 포함한 부대 복리시설이 준공인가를, 단지에서 한강 둔치로 나가는 보행통로는 내년 5월 준공 예정입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 공공보행통로 개방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특히, 팬데믹 이후 한강공원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이에 평일·주말 주야간 치안, 시설물침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압구정3구역 역시 한강과 인접한 것은 물론, 인근 단지들과 함께 구역별로 △수변 커뮤니티 시설 △덮개시설 △조망데크공원 등의 공간이 한강변에 마련됩니다. 이를 잇는 공공보행통로가 단지 내 지하공간에 마련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강과 인접해 있고, 24시간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들어가 구경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사람 심리"라며 "공공보행통로를 비롯해 일정 부분 공공에 기여한다는 약속을 하고, 재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약속은 지켜야 한다. 다만, 취객이나 빈 술병과 꽁초가 남아있다는 등의 문제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김영옥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이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된 '한강변 등 하천·강 구역에서의 음주에 대한 시민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서울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했네요.

응답자의 3명 중 2명 이상(69.6%)이 한강변 등에서 '술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한강변 등에서의 음주에 대해 절반 이상(58.7%)의 응답자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강변 등 음주에 긍정적 경험으로는 '탁 트인 야외공간이 주는 해방감(47.4%)',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 해소(40.3%)' 순이었고요, 부정적 경험으로는 '음식물 및 일반 쓰레기들이 방치된 경우(72.1%)'가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네요. 한강변 등 금주 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절반을 웃도는 60.1%의 응답자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김 의원은 "한강공원은 대다수 서울시민이 스트레스 해소, 여가를 위해 방문하는 장소다. 많은 시민이 한강변 음주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며 "해외에도 유명한 '한강 치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쓰레기 정리 등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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