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한국의 밀리미터파 상용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의외다. 일본·호주·태국 등에선 이동통신뿐 아니라 광케이블을 대체하는 고정형무선접속(FWA) 용도로도 주목받는다. 퀄컴은 B2C에서 밀리미터파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본다."
최근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이그나시오 콘트레라스 퀄컴 제품관리 시니어 디렉터는 밀리미터파의 가능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5.5G와 6G 등 차세대 네트워크에서도 밀리미터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밀리미터파(mmWave)는 30㎓~300㎓ 이상인 주파수 대역을 말한다. 우리 이동통신 업계의 고민인 28㎓ 대역도 밀리미터파로 분류된다.
이 대역은 이동통신사가 5G 전국망으로 사용 중인 3.5㎓ 대역 대비 직진성이 강하고 투과율이 낮다. 5G 28㎓ 등 밀리미터파를 B2C용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선 28㎓ 장비가 탑재된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퀄컴이 밀리미터파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과 달리 국내 상황은 복잡하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는 28㎓ 대역에서 수요성을 발굴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2019년 이통 3사에 5G 주파수를 첫 할당할 당시 28㎓ 장비를 각각 1만5000대 구축하라는 의무를 부과했지만, 사업자들은 "수익 모델을 발굴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3사 28㎓ 장치 평균 구축률은 10%대다.
정부는 이통 3사의 28㎓ 주파수 대역 할당을 취소하고 28㎓ 신규사업자 모집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20일부터 1개월 간 이통사업자 외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28㎓ 할당대가를 기존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인하하고 기지국 의무구축량(전국단위)도 할당 이후 3년 차까지 6000대 구축으로 제시하며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자조차 수익 발굴에 실패하며 철수한 마당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정작 밀리미터파 상용화에선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밀리미터파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상업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주파수는 한 나라의 소중한 자원인 만큼 해외에서 입증된 주파수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금융, 유통, 서비스업 등 분야를 가리지 말고 주파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을 정부는 적극 발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도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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