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상에서 복귀하자마자 '통합·탕평' 고속행보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른바 '개딸' 등 강성지지층에 대한 통제·조정식 사무총장 사임 등 비명계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스스로 리더십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분성 자리", "기대 이하"…당직 인선에 혹평
이 대표는 27일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에 각각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과 이개호 의원을 내정했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며 "탕평책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친이낙연계와 호남을, 박정현 최고위원은 충청과 여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표면상으로는 통합 기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명계 박영순 민주당 의원(대전 대덕구)은 이날 "충청 출신 인사가 당 지도부에 합류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그 이상 어떤 정치적 의미도 부여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비명계에서는 박 최고위원이 박 의원 지역구인 대덕구 출마를 노린다며 최고위원직 임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비명계 핵심 그룹에서는 결국 이날 당직 인선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말뿐인 통합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며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 이해식·김병기 사무부총장 등 사퇴 △박정현 최고위원 불출마 선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도 "명분성 자리주기"라고 혹평했다.
한 비명계 핵심 의원도 통화에서 "솔직히 기대 이하다. 비명계·중립 성향 인사에게 자리만 주면 통합이 된다는 건 나이브(순진)한 생각"이라며 "이 대표가 살만 떼어줄 뿐 뼈(조정식 사무총장, 강성지지자 등)는 내놓을 생각이 아직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익표 "개딸, 李에도 항의"…비명계 "수수방관 아니면 즐기기"
비명계는 현재 조정식 사무총장 교체, 강성지지층 과격행동 제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강성지지층이 최근 윤영찬(성남 중원)·이원욱(경기 화성 동탄을) 의원 지역구에서 집회, 비난 현수막 게시 등을 통해 압박하는 모습을 문제 삼고 있다.
비명계 중진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전날(26일) 전현직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 대표에게 강성 지지자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으나 이 대표는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도 개딸(강성지지자)의 문자(항의)를 받았다"며 통제가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현재 '재명이네 마을'(이 대표와 강성지지층의 팬카페) 이장도 맡고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이 대표가 지지층을 반대파 압박을 위한 '사병'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확실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의원의 경우 이 대표의 '재명이네 마을'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 사무총장과 관련된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앞서 지난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표가 수리하지 않으면서 당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공천 과정을 관리하는 조 사무총장이 아직 남아 있으니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라며 "시스템 공천, 투명한 공천을 자신한다면 오히려 조 사무총장이 내려오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친명계 의원은 "공천 시기가 다가오니 결국 조 사무총장을 바꾸고 본인들 공천을 보장받겠다는 속셈"이라며 비명계를 비판했다.
결국 비명계의 핵심 요구에 대한 이 대표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를 향한 쓴소리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26일) 페이스북에서 강성지지층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느냐? 아니면 즐기고 있느냐?"며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일침을 날렸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공천 시즌이 시작되면 비명계 지역구에 도전하는 원외 친명 정치인들과 비명계의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갈등을 최소화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소극적 대응으로 모두의 불신을 초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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