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올해 들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돌려준 전세금이 1조6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UG가 대신 갚아준 전세금은 올 들어 매달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HUG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역전세 등으로 인해 HUG의 대위변제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보증보험의 목적인 '세입자 보호'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올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궁극적으로 해결은 해주겠지만 '무분별한 보증보험 가입'을 막을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6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대위변제금액, 건수, 회수율 현황'을 보면 대위변제를 받은 가구수는 올해 7월까지 7429가구로 집계됐습니다. 변제금액은 총 1조6512억원으로 확인됐는데요. 지난해 한 해 동안 9241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올해 말에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대위변제금은 올해 1월 1694억원, 2월 1911억원, 3월 2260억원, 4월 2281억원, 5월 2421억원, 6월 2782억원, 7월 3159억원으로 매달 증가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HUG가 대신 갚아준 후 집주인한테서 받아낸 회수율은 어땠을까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변제금액(9241억원) 중 회수한 금액은 2179억원입니다. 4분의1에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올해의 경우엔 더 저조합니다. 15% 정도인 2442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속해서 대위변제금이 늘어나고 있다 보니 회수율은 저조한 상황입니다. 자연스럽게 HUG의 영업실적은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HUG는 200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작년에 영업적자(-1258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엔 말할 것도 없이 적자 폭이 커질 전망입니다. 역전세나 깡통전세 등으로 인해 대위변제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입니다.
HUG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대위변제금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며 "보증사고는 다세대주택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보증보험이 전세사기의 '마중물'을 제공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보증보험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과 보증을 무분별하게 허용한 게 전세사기 문제의 근원이었기 때문에 이걸 타이트하게 해야 한다"며 "다만, 기존에 느슨하게 하던 걸 갑자기 꽉 조일 수는 없으니 점차 보증보험 가입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HUG가) 명확하게 보증보험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겠다고 방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도 무리하게 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어 만약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 HUG만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말 그대로 국가가 보증하고 있으니 사기가 끼어들 개연성이 생긴다"며 "사적 자치 계약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전세금 자체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차인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전셋값 인상을 야기했다는 겁니다.
조 교수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해결책이 오히려 전세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보증보험이 필요하다면 디폴트 위험도, 주택 가격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증요율도 철저하게 해 대상을 가려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HUG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5월부터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강화하고 공시가격 적용비율도 150%에서 140%로 낮춘 바 있다"며 "전세 계약기간이 2년인데 (기준을 강화한 지) 아직 4달 정도 지난 시점이라 모니터링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위변제금 회수는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임 교수는 "회수율이 아직 저조한 건 회수를 못 했을 뿐, 완전히 회수가 안 돼 손실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해당 주택을 담보로 구상권 행사할 때, 경매를 넘기는데 아직 (절차상) 회수되지 않은 게 많아 회수율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지난 후, 구상권 행사를 하기 때문에 완전히 회수하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며 "1~2년 정도 장부상 손실은 있을지 몰라도 보증보험 계정 전체로 봤을 때, 장기적인 손실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자산의 70배까지로 보증한도를 늘려놔 큰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HUG 입장에선 상당히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HUG 역시 "통상적으로 대위변제금 회수율은 7~80% 정도고 2년 이상 걸린다"고 비슷하게 설명합니다. 다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당해 연도에 발생한 대위변제금 회수율을 보면, 평균적으로 50% 안팎이었는데요. 지난해의 경우 24% 수준에 그쳤습니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보증사고 발생 건수가 급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보증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만큼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병태 HUG 사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회수율은 수시로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몇 퍼센트라고 숫자를 말하기 어렵지만 경험률로 보면 사고 발생 시 70~80% 회수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HUG 관계자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채권 회수 강화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집중관리 다주택채무자는 즉시 경매를 진행하고, 은닉 재산 신고센터 운영 등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HUG의 경영수지 적자는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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