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다른 나라들은 다 후분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전에야 건설사가 돈이 없으니까 선분양해서 수요자들 돈으로 공사했다지만 지금은 2023년인데 건설사가 돈이 없는 곳이 있나요?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며칠 전, 아파트 분양을 받았지만 부실공사 때문에 불안하다는 한 수요자는 우리나라도 지금이 후분양으로 바뀔 때라며 이런 주장을 폈습니다. 선분양제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최근 부실공사 문제가 잇따르면서 후분양제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 스스로 자금 조달을 통해 튼튼하게 공사를 마무리한 뒤, 분양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타당한 얘기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듣다 보니 정말 선분양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금융연구원이 올해 6월 발간한 '우리나라 부동산 PF 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답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도 선분양 방식이 있다고 돼 있네요. 다만, 수분양자의 자금을 사업비로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형태인 수분양자의 중도금 납입이 없고, 수분양자는 분양가의 5~10% 수준의 계약금만 지불합니다. 이 계약금도 보통 제3기관에 예치돼 직접 사업비로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수분양자가 짊어질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선분양은 주택이 완공되기 전 먼저 분양 절차를 거쳐 입주자가 납부한 계약금, 중도금을 이용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인데요. 건설사들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설사가 도산하게 되거나 미분양이 많아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수분양자가 위험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선분양을 주로 택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후분양을 메인으로 택하되, 사례에 따라 선분양이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한다고 합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선분양이 전체 분양의 7~80% 수준 이상으로 일반화된 분양방법인데 미국 등은 이렇게까지 일반화되진 않았다"며 "후분양이 메인인데 사례에 따라 선분양이 필요한 경우 도입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선분양제의 가장 큰 목적은 수분양자의 자금을 끌어서 시공하는 것"이라며 "토지 비용은 기존 회사에서 보유하던 자금이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조달하고 시공 비용은 수분양자의 납입금으로 해결하는 구조"라고 부연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상, 최대한 적은 자금으로 빠르게 공급했어야 했기 때문에 회사가 재무구조를 따져가며 자금을 마련하다 보면 공급이 늦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도 큰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면 전체 분양금액의 7~80%까지 중도금을 넣어도 돈을 떼일 우려도 없었기에 활용도가 높았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선분양에서는 분양보증 같은 안전 장치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도시화가 비교적 빨리 진행되면서 공급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자본, 즉 분양대금을 받아서 주택 공급하는 방안을 채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후분양제를 기본 분양방식으로 채택하면 부실시공은 줄어들까요. 전문가들은 선분양보다 나은 점이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수분양자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과정이 있고 어느 정도 골조가 올라가면 수분양자에 보여주는 제도가 있으니 아예 효과가 없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지금 문제 됐던 아파트 같은 경우는 골조가 완성된 뒤에 무너진 사례라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수분양자들이 맨눈으로 확인한다고 해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건설사 입장에서 처음부터 자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면 손해가 나면 안 되니까 경각심을 가질 순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 공동대표는 "후분양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부실시공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들은 보통 실내 인테리어라든지 구조나 마감 등을 보고 상품을 선택하게 돼 아파트의 전체적인 구조 안전성까지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후분양제로 가면 건설사에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건설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자 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분양자들이 전문지식을 공부해 매번 현장에서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그래서 감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수분양자 대신에 현장의 관리·감독을 해주는 감리제도가 이미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신경 쓴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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