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올해 1분기 토요타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던 현대차·기아가 2분기에는 토요타의 역대급 실적에 완패했다. 다만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토요타 점유율이 감소세에 접어든 만큼 하반기 실적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천209억엔(10조1천8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7% 늘었다. 일본 기업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엔을 넘어선 것은 토요타가 최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8천800억엔)를 훌쩍 넘어섰다.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지켰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한 10조5천468억엔(95조8천63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78% 급등한 1조3천113억엔(11조9천262억원)이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다.
토요타는 지난 1분기 현대차그룹에 영업이익 1천580억원 차이로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그러나 2분기에선 3조원이 넘는 격차를 벌리며 압승을 거두게 됐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조6천409억원으로 업계에서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토요타를 제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난 개선에 따른 생산량 증가와 엔화 약세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토요타의 역대급 실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역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전체 신차 판매 중 하이브리드 차량이 35%(약 80만7천대)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1년 전(6.8%)보다 3.8%포인트 오른 10.6%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 이후 한때 토요타 주가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
올해 올 1~2분기에 양사가 '1 대 1' 무승부를 거둔 만큼 다가오는 3~4분기 실적 대결도 주목된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전동화와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하반기에는 토요타와의 격차가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미디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13.5%를 기록하며 현대차그룹을 앞섰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포인트 하락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미 토요타를 앞지른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판매량은 57만5천432대로 2만7천777대 차이로 토요타를 따돌렸다. 또 토요타가 1위 자리를 장기 집권해 왔던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발 빠른 전동화 전략으로 전기차 분야에서는 토요타를 훨씬 앞서 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경쟁력이 더욱 향상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올 상반기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4% 증가한 3만8천57대로, 올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순위 10위 안에 아이오닉5와 EV6가 오르기도 했다.
반면,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별명을 가진 토요타는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전환을 시도할 때도 하이브리드 차량 분야에 집중한 바 있다. 2분기 실적만 보면 토요타의 전략은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정답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선택지로 국한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 사장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며 "지금 당장 탄소중립에 공헌할 수 있는 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이 이미 초기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기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대중화 시기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수익성 일부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도 지난 26일 "글로벌 주요 시장의 견조한 수요와 신차 출시로 올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조금은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상반된 경영 전략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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