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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는 내놓지 마세요"…'실거래가 약방문'의 심리학 [현장 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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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전환' 기대감에 아파트·중개업소 등 '실거래가 알리기' 나서
수도권 가격 하락세 일제히 '스톱' 후 상승 거래가격 자신있게 공개
'실거래가'는 집값 하락 또는 상승 진단·예측할 수 있는 핵심 지표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서울, 신도시, 경기·인천 등지에서 지난해 6월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집값 내림세가 일제히 멈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주 시군구 기준으로 서울에서는 매매가격 하락 지역이 2개 구 수준에 그쳤지만, 상승한 곳은 5개 구로 더 많아졌네요. 분위기 전환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보합(0.00%)을, 재건축과 일반아파트도 보합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거래량 증가로 일부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재건축 호재가 있는 주요 단지에서는 수요 대비 매물이 부족해진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강남(0.01%) ▲동작(0.01%) ▲성동(0.01%) ▲성북(0.01%) ▲중랑(0.01%) 등 5곳이 오르며 상승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요, 반면 하락지역은 ▲노원(-0.03%) ▲양천(-0.01%) 2곳에 불과했습니다.

반등 분위기에 힘이 실리면서 서울 일원 아파트 단지와 중개업소들이 적극적으로 '실거래가 알리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아파트 내 게시문을 통해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를 공고하기도 하며, 일선 중개업소에서도 매일 실거래가를 업데이트해 이곳을 지나가는 잠재적 수요자들이 현재 거래가격 상황을 알 수 있게끔 실거래가 표를 큼지막하게 전시하고 있네요.

실제 서울 강동구 일대 한 아파트에서는 최근 단지 내 '우리 아파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안내'라는 제목의 게시문을 게재했습니다. 이전 최고가와 함께 지난달 25일 기준 계약이 체결된 매물의 계약일과 실거래가, 인근 단지의 거래 현황까지 상세히 설명돼 있으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발췌한 우리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아래와 같이 공유하오니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습니다.

인근 강동구 상일동 소대 G부동산 대표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보다 확실히 거래량이 많이 늘었다. 국평(전용 84㎡) 동일면적대 기준 지난해엔 3건이 실거래됐는데, 올해는 지난달 기준 약 16건이 거래됐다"며 "아직 이 단지는 확실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지난해보다는 실거래 가격선이 확실히 높아졌고 저가 급매가 소진되면서 매물은 줄고, 호가는 올라 '더 이상 싸게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강서구 상일동 일원 아파트 단지 내 걸린 실거래가 안내 게시문(왼쪽)과 서초구 반포동 일원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앞에 게재된 실거래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김서온 기자]

서초구 반포동 일원 한 대단지 아파트 상가 내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는 매일 주변 단지들의 실거래 상황을 업데이트한 실거래가 내역표가 걸려있네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의 간단한 설명과 호가만을 기재한 '시세표'가 부동산 게시판을 점령하던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월별 실거래 건수와 계약된 매물의 실거래가와 층수, 취소 및 신고가 여부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이 단지 내 상가에 자리 잡은 B부동산 관계자는 "과거엔 시세나 호가 위주로 작성해 부동산에 게시했다. 부동산에 고객이 오더라도 호가 위주로 안내했고, 실거래가를 부풀리려고 거래체결도 안 된 매물이 고점에 거래됐다고 구두로 얘기하는 곳도 많았다"며 "그러나 실제 최근엔 거래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확연히 오르는 추세고, 무엇보다 이를 명확하게 매수자, 매도자에게 알리기 위해 실거래가 표를 앞에 게시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근 또 다른 P중개업소 대표는 "우리 부동산은 매주 실거래가와 시세가 함께 포함된 자료를 아파트 입주민은 물론 부동산을 오가는 예비 매수자들을 위해 파일로 묶어 매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강남권 상급지는 가격 회복세가 뚜렷하다. 직전 가격 대비 얼마나 오르내리는지 소비자들이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하네요.

강남권 상급지부터 시작된 가격 회복세가 수도권 신도시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도 '실거래가'가 집값 하락 또는 상승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핵심 지표라고도 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 때 '등기 여부'를 함께 표기하도록 하면서, '실거래가 띄우기'를 통한 부동산 시세 조작 차단이 가능해 실거래가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추이나 심리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론 실거래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실거래 기준으로 하락거래가 많은지, 상승거래가 많은지 비중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집값 반등 지표는 대표적으로 실거래가와 거래량, 공급량, 급매물 소화 정도 등이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실거래가"라고 합니다.

'약방문'은 약을 짓기 위해 약 이름과 약의 분량을 적은 종이를 의미하는데요, 이처럼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예비 매수자들과 매도자들이 현재 시장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파악, 향후 시장 분위기와 심리를 가늠해 매수 또는 매도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실거래가 약방문'이 곳곳에 걸리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약방문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차분히 지켜봐야 할 대목 같습니다.

한편, 정부의 '역전세 대책'과 맞물려 가격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현재 서울 거래량과 실거래가 회복세를 이끄는 지역은 강남권, 물량은 신축·재건축 등으로 파악된다. 이에 향후 비강남권, 구축 시세도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다"며 "통상 선도(중심) 지역과 신축이 시장 흐름을 주도할 때 견인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이 과거보다 높지만 시장 유동성이 개선된 만큼 이달부터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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