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지금 제가 어떤 마음인지 아세요? 출근도 못 하고 계속 여기 와서 감시하고 있어요. 입주할 집에 물 새고 곰팡이 생기고 그걸 몰랐다는 게 어떤 심정인지 아시냐구요."
이달 초 부실공사 논란이 발생한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예정자가 시공사 관계자에게 울먹이며 쏟아낸 말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잇달아 하자가 발견되면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폭우 속에 유명 브랜드 아파트 곳곳에서는 침수와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명을 비꼬아 만든 신조어로 조롱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부실시공 의혹이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원자잿값·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꼽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실공사를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급격한 원자잿값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경쟁을 심하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너무 저가로 들어가야 한다면 수익성 등을 고려해 윗선에서 컷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출혈 입찰', '공사비 감액 부담', '설계 부실' 등을 지적했다.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입찰된 후에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공사비를 감액한다는 것이다. 이는 설계 부실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불안한 사이클이 반복되는 한 부실시공 문제는 터지고 말 문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설계부터 잘못됐는데 오히려 해당 단지는 기자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놨다"며 "숨기기에 급급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수요자 입장에선 비용 문제로 부실시공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 어처구니없는 변명일 뿐이다.
공사비 증가를 이유로 분양가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2014년 938만원에서 올해 1천755만원으로 10년간 2배 가까이 뛰었다. 분양가는 계속해서 올랐는데 비용이 문제라고 하니 입주민 입장에선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2010년대 후반부터 지어진 아파트들은 믿고 걸러야 한다", "신축 아파트 하자가 너무 많다", "가면 갈수록 자재 빼먹기에 혈안이 된 것 같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오히려 신축 아파트에 바로 입주하기보다 준공 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지켜보고 매입하는 방법이 나을 것 같다는 얘기도 오가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집값 떨어질까 우려해 하자가 있어도 숨기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나서서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요즘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숨겨서 해결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니 건설사들 스스로 '부실공사의 사이클'을 깨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시대적 의무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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