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영원히 안합니다."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TV 사업에서의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나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LG디스플레이의 패널까지 끌어다 쓴 OLED TV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초대형·초고화질 수요 증가에 발맞춰 OLED TV 라인업을 확대해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같은 패널을 쓴 LG전자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전날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OLED 83형 4K TV' 출시 소식을 알렸다. 현재 공식 온라인몰과 현지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의 출고가는 5천399.99달러(약 700만원)로 책정됐다.
◆80형대 첫 출시한 삼성…LGD W-OLED 첫 채택
삼성전자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QD(퀀텀닷)-OLED 패널을 사용한 55·65·77형 OLED TV만 선보였으나, 최근 초대형 OLED TV가 각광을 받자 부랴부랴 80형대를 추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80형대 OLED TV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해당 크기의 패널을 구할 수 없자 LG디스플레이에 손을 내밀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5형과 65형, 77형 QD-OLED만 생산 중이다.
이 탓에 이 제품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패널을 탑재한 첫 삼성전자 TV란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로, 해당 시장 내 점유율은 매출 기준으로 80% 중반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 전략에 스텝이 꼬인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LG에게 손을 내민 모습"이라며 "전 세계 TV 시장이 지난해부터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을 압도하면서 삼성전자가 다급하게 83형 OLED TV 제품을 추가한 듯 하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밝힌 83형 OLED TV 제품 스펙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올해 OLED TV에 적용됐던 최신 기술들이 83형 제품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55~77형 삼성 OLED TV에 적용된 '모션 엑셀레이터 터보 프로(Motion Xcelerator Turbo Pro)'가 83형에 적용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LG전자 OLED TV와 달리 돌비비전이 적용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O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이 아닌 QLED 기반의 프로세서를 OLED TV에 적용한 것도 삼성전자 83형 제품의 한계점"이라며 "LG전자는 10년간 쌓아온 OLED 전용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같은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사용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력 차이는 아직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격대를 LG전자 C시리즈보다 소폭 높게 잡았다. LG전자의 83형 OLED TV의 가격은 G시리즈가 6천500달러, C시리즈가 5천300달러다. 삼성전자의 출고가는 LG전자 C시리즈보다 99.99달러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신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채 83형 OLED TV를 출시한 것을 고려하면 가격대는 다소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구색 맞추기식으로 OLED TV 라인업을 갖추려다 보니 가격대를 다소 애매하게 책정한 부분이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QLED TV처럼 OLED TV도 시간이 갈수록 고가에서 가격이 점차 낮아질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좀 더 신중하게 제품 출시를 준비해 LG전자의 G시리즈에 가격을 맞춰 내놓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며 "OLED TV 전략에서 상당히 스텝이 꼬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시장서 스텝 꼬인 삼성…83형 OLED TV, 구색 맞추기용?
삼성전자가 이처럼 서둘러 83형 OLED TV를 출시하게 된 것은 최근 주요 시장인 북미, 유럽에서 OLED TV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1천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기준 OLED TV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36.7%에서 올해 46.1%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OLED TV 성장세가 높다는 점도 주효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OLED TV의 연평균 출하량 성장률은 14%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가 주력하던 LCD TV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이 이보다 낮은 8%다. 매출 기준으로 봐도 OLED TV의 성장률은 7%지만, LCD TV는 2%로 관측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 1위지만 OLED TV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도 83형을 서둘러 출시하게 된 이유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현재 OLED TV 시장 점유율은 6.1%로, LG전자(54.5%)와 소니(26.1%)를 크게 밑돌았다.
또 삼성전자가 OLED TV 대신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마이크로 LED TV와 네오(neo)QLED 8K(해상도 7천680×4천320) TV가 부진했던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각각 높은 가격과 방송 콘텐츠 부족으로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마이크로 LED TV의 경우 가격이 1억원이 넘어 판매량이 수백 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8K TV의 경우 높은 가격에 더해 8K를 지원하는 방송 콘텐츠 자체가 부족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마이크로 LED TV 패널 출하량을 0대로 봤다. 8K TV는 전체 TV 출하량의 0.2%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일단 손을 내밀어 83형 OLED TV를 내놨지만,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초도 물량을 50만 대 수준으로 봤으나, 실제로는 20만 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패널 공급과 관련해 아직까지 최종 협의는 하지 못한 상태로,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의 판매 시점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3형 OLED TV 제품 출시를 위한 전파 인증을 완료했고, 최근 자사 카탈로그 7~8월호 OLED TV 제품군에 83형 OLED 4K TV(모델명 KQ83SC90AEXKR)를 첫 수록하며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선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쯤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삼성전자는 내세울 수 있지만, LG전자와 같은 패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제품력을 비교했을 땐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긴 아직 어려울 듯 하다"며 "삼성전자가 W-OLED 패널을 적용한 OLED TV를 생산하며 이에 맞는 노하우를 쌓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듯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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