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저렴한 경유 가격과 훌륭한 연비 등의 장점으로 한때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위세를 떨쳤던 디젤 차량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클린 디젤'이라며 정부에서 디젤 차량 보급을 장려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2015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탓에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 차종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 디젤 엔진이 주력이었던 차종들마저 디젤을 파워트레인에서 삭제하면서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오는 17일부터 본격 양산하는 신형 5세대 싼타페 차량 구성에서 디젤을 제외했다. 5년 만의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직전 품질 점검을 위한 시험차 생산 계획에서 디젤이 빠지며 싼타페 디젤 단종이 재확인됐다.
2000년 출시된 싼타페는 현대차의 대표 중형 SUV로,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무려 130만대가 판매되며 '국민 SUV'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중 110만대가 디젤 모델로 밴으로 분류되는 카니발을 제외하면 국내 SUV 중 가장 많은 디젤 모델이 판매된 차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능과 연비가 우수한 가솔린 터보 엔진의 등장과 친환경차 선호도 증가 등의 요인으로 싼타페 디젤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디젤 차량의 판매 감소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젤 모델의 신차 등록 대수는 18만1천746대로 전체 144만5천757대의 12.6%에 불과했다. 디젤 차량 비중은 2018년에 35.6%에 달했으나 ▲2019년 28% ▲2020년 24% ▲2021년 17.3%로 줄더니 2022년에는 12.6%를 기록하며 4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심지어 올해에는 10%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에는 대표 준중형 모델인 아반떼 디젤을 단종한 바 있다. 아반떼를 마지막으로 현대차 승용 라인업에서 디젤은 모두 사라졌다. 기아는 최근 셀토스 부분 변경을 거쳐 디젤 파워트레인을 없앴다. 기아의 쏘렌토도 디젤 모델을 단종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자동차는 티볼리 디젤 모델을 단종했고, 올해 출시한 신형 SUV 토레스는 가솔린 파워트레인만 출시했다. 한국GM은 현재 전 모델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 차량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내 디젤 모델이 사라진 자리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가 채웠다.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은 2018년 14.8%에서 2022년 28.6%로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는 30%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친환경차 판매 실적은 21만2천249대로 지난해보다 24.0% 급증했다. 이 중 14만1천381대(66.6%)는 하이브리드차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2% 증가했다. 전기차 판매량도 6만3천982대로 지난해 대비 15% 늘었다.
차종별로 보면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 그랜저로 2만5천540대로 집계됐다. 2위는 기아 쏘렌토로 1만8천940대가 팔렸다. 기아 K8도 하이브리드 모델만 1만3천226대가 팔려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수입차 중에서는 렉서스 ES300h가 3천640대로 1위(마일드 하이브리드 제외)를 차지했다.
전기차는 현대차 전기트럭 포터 일렉트릭이 1만3천115대로 가장 많았다. 5개월 동안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전기차는 포터 일렉트릭이 유일했다. 승용 전기차 중에서는 기아 EV6가 9천548대로 판매량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아 봉고 EV(9천367대), 아이오닉5(8천207대), 아이오닉6(6천288대) 순으로 나타났다.
'탈(脫)디젤' 추세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의 요소수 대란과 경유 가격 인상 등의 이슈로 디젤 차량의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개선과 출시 확대, 가솔린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차의 성능 개선으로 디젤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줄어들어 승용 시장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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