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DS부문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한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이미 대규모 적자를 낸 데다 2분기에도 3조~4조원가량의 손실이 예고되면서 내부에선 팀별로 비용 절감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 내 일부 부서에선 직원들에게 매년 명절마다 지급됐던 선물세트를 올해 추석부터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참기름, 참치, 햄 등으로 구성된 수 만원대 선물세트로, 올 들어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일부 부서 및 팀 단위에서 지급됐던 명절 선물을 지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라며 "눈치껏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처럼 결정한 듯 하다"고 말했다.
◆ 2분기도 4조 적자 예고…반도체 감산 효과 '아직'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악의 반도체 불황기로 올해 1분기에 4조5천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2분기 역시 3조~4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베스트투자증권은 4조4천억원 적자 ▲BNK투자증권은 4조5천억원 적자 ▲현대차증권은 4조원 적자 등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규모가 1분기보다는 줄어들 것 같지만, 수요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며 "인위적 메모리 감산은 없다며 버텨온 삼성전자가 결국 감산에 동참했으나, 2분기까지는 감산이 수요 위축을 따라가지 못했던 탓에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 탓에 삼성전자 전체 2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일단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천4억원으로, 당초 전체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선방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14조970억원)과 비교하면 99.3%나 급감했다.
다만 시장에선 반도체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화 돼 4분기쯤 삼성전자 DS부문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IT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메모리 가격이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판단한 고객들이 반도체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출하량이 예상보다 늘어났다"며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재고도 현재 감소세를 보이면서 원가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분기 실적은 1분기에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D램 출하 증가는 재고자산평가손실 축소로 이어져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추가 이익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봤다.
◆ 마이크론 선방 속 삼성·SK 실적에 관심 ↑…하반기 '청신호'
메모리 업계의 실적 가늠자로 통하는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2023년 3분기(3~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37억5천만 달러(한화 약 4조9천억원)를 기록했는데, 전분기 대비로는 2% 증가했다. 영업손실 14억7천만 달러(약 1조9천억원)로, 적자폭이 전분기보다 30%가량 축소됐다. 재고자산은 전분기 말 대비 1.3% 증가한 82억3천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이다. 증권가는 마이크론의 매출을 36억5천만 달러, 영업손실 16억5천만 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메모리 시장의 불황, 중국의 수출 제재 등 사업적으로 여러 불확실성에 놓여있음에도 AI향 수요 증가, DDR5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의 영향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마이크론은 "전통적 서버 수요는 부진했으나 AI용 서버의 메모리 수요가 업계 예상보다 높았다"며 "D램 내 DDR5 출하량 비중도 전분기 대비 2배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이크론은 올해 6~8월 실적도 전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전망치는 매출 39억 달러, 영업손실 12억2천만 달러 수준이다. 올해 전체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은 업계 예상보다 더디지만, 고객사 재고 감소 및 주요 업체들의 감산 조치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관측했다. 마이크론도 최근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25%에서 30%까지 더 줄였다. 감산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감산 효과 하반기부터…공급 과잉 우려 '여전'
이를 토대로 업계에선 삼성전자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0조9천억원에서 최근 11조4천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화성사업장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하반기 반등 가능성과 영업 전략을 점검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영업손실 전망치가 기존 2조9천540억원에서 최근 2조5천65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DDR5와 HBM3 등 신규 하이엔드 제품 내에서의 수요 확대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업황 변곡점이 앞당겨지는 배경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급업체 재고가 높고, 하반기 수요 회복의 강도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업계 감산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감산 효과에 더해 마이크론이 공급량을 더 줄이면서 메모리 업황 반등 시기가 다소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마이크론 실적 발표 전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의 재고 수준은 여전히 많다"며 "메모리 시장이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공급 과잉 상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생산업체들은 3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최소화하고자 할 것이지만 이는 세트 업체들의 수요에 대한 전망과 원가절감 정책 등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 대한 전망치는 11억 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있고, AI 서버를 제외한 일반 서버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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