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내년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이 다음주로 다가왔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간 주장은 극과 극을 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6차 전원회의까지 진행됐지만 아직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는 '동결' 혹은 '인하'를, 노동계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은 이후 고금리와 고물가 현상에 더해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노사간 힘겨루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강경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구분적용'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결의대회에는 1천200여 명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특히 숙박·편의점·외식·미용업주들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고정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현 상황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은 그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지만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20일 최저임금위원회는 6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에만 딱 한 번 시행됐다. 이후 30년 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다.
김미연 CU 편의점주 대표는 "편의점주들은 24시간 쉼 없이 가게를 지키다 과로사로 죽는다"며 "지금의 단일한 최저임금 구조는 낮은 노동강도의 환경에서 적게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을 고용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종범 풍전쭈꾸미 대표는 "지금 수준보다 최저임금이 더 오른다면 단언컨대 가게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빙로봇이건 조리로봇이건 도입해서 고용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을 논의할 때 이런 상황을 좀 이해하고 내년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하든지 업종별로 구분적용이라도 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주길 강력하게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면 최저임금의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적게 받는 업종의 낙인 효과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다수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1천개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 3명 중 2명은 2024년도 최저임금 '인하'를 나머지 1명은 '동결'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상공인의 58.7%가 신규 채용 축소, 44.5%가 기존 인력 감원, 42.3%가 기존 인력의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은 노동계 요구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을 24.7% 인상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9만명이 1인 자영업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직원 임금에 대한 부담 탓에 직원을 해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2천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9천620원)보다 24.7% 높은 수준이다. 경영계는 동결이나 인하을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하기에 당분간 치열한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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