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식물의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고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의 유전적 비밀을 알아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포항공대 황일두, 서울대 황대희, 이화여대 노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식물이 병원균의 침입을 기억하여 빠르고 강한 병저항성 반응을 갖는 작동원리를 규명해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12일 발표했다.
식물은 고정된 장소에서 생애를 마치기 때문에 다양한 스트레스에 저항성을 갖는 것이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식물은 이전의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고 이후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도록 진화했다.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기 위해 식물은 후성유전학적 방법(후천적 환경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용한다. 이러한 방어 반응에서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유전자 발현 조절 화학적 변형)의 역할은 명확하게 규명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병원균 공격의 기억과 방어 반응에서 식물이 DNA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DNA 메틸화와 식물 병저항성 사이의 연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식물 돌연변이체에서 병저항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해 있는 식물의 경우, 병원균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DNA 메틸화가 변화된 유전자군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유전자들은 다른 유전자들과 차별화된 염색질 특성이 있었는데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한 유전자의 경우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유전자 발현이 크게 증가함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DNA 메틸화가 여러 식물 개체군에서 DNA 메틸화 수준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황일두 교수는 이번 “기존에는 그 기능이 불분명하고 가설로 존재하던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유전자의 발현조절과 연관돼 있음을 밝힌 것”이라며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이용한 병저항성 향상을 통해 친환경·무농약과 수확량이 증대된 작물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논문명: DDM1-mediated gene body DNA methylation is associated with inducible activation of defense-related genes in Arabidopsis)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5월 5일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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