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유료방송 사업자도 매년 전년 대비 좋은 실적을 기록하려고 할텐데 매출에서 홈쇼핑이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크니까 매년 송출수수료를 인상하는 게 당연시된 것 같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기에 여전히 협상에 있어서 유료방송사가 '갑', 홈쇼핑사가 '을'이다."
최근 홈쇼핑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송출수수료 부담에 대한 토로다.
홈쇼핑 업계가 매년 겪는 난관이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하는 송출수수료 협상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항상 송출수수료를 '인상'하려고 하고, 홈쇼핑 사업자는 '인하' 혹은 '유지'를 주장하다 보니 협상이 쉽지 않다. 게다가 한때 홈쇼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불렸지만 현재는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면서 홈쇼핑 사업자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올해는 송출수수료 협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1분기 홈쇼핑 업계의 위기 상황이 극명해졌기 때문이다. GS샵·CJ온스타일·롯데·현대 등 주요 홈쇼핑 4사는 올해 1분기 일제히 역성장했다. TV 시청자 수 감소와 젊은 세대의 유입이 쉽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 전망도 암울하다.
홈쇼핑보다 규모가 작은 티커머스의 경우 더욱 상황이 어렵다. SK스토아·KT알파·신세계·티알엔·W쇼핑 등 티커머스 5개사의 합산 취급액은 2015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연간 4조3천억원을 기록하며 1%대 성장을 보였다. 5개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실적은 적자로 전환돼 마이너스 40억원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업계는 어려운 상황 속 송출수수료가 계속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상품 의무편성과 애매한 방송 심의 규정 등 각종 규제도 홈쇼핑 사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지난 3월 홈쇼핑 송출수수료 합리화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를 유료방송사가 정해 홈쇼핑사에 통지하던 방식이 홈쇼핑사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외에도 대가 산정 고려요소 등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 허점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다.
홈쇼핑 사업자는 매년 매출의 60%에 달하는 금액을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15%가량 올랐다.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017년 1조3천874억원에서 2021년 2조2천508억원으로 증가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도 할 말은 있다. 홈쇼핑사들이 생방송 중 앱으로 결제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고 있는데, 모바일 매출을 포함할 경우 실제 송출수수료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양측의 팽팽한 접전 속 협상은 진행 중이다. 각자의 이익과 단기적인 목표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가 공생관계라는 것이다. 홈쇼핑이 무너질 경우 유료방송사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홈쇼핑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탈 TV'를 선언할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 양보해 가이드라인 개정을 이뤄낸 만큼 분명한 진전을 만들어내는 것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새 가이드라인 아래 어떤 협상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홈쇼핑과 유료방송 업계의 지속가능한 상생이 달려있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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