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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尹·이재용·최태원 방문 한 달 만에 日 빗장 풀려…반도체 업계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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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韓 화이트리스트 재지정 절차 개시…공급처 다변화·가격경쟁서 긍정 효과
공급망 다변화로 단기적 효과는 '제한적'…소부장 발전 위해 양국 협력 강화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 등 주요 그룹사 총수가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에 다녀간 지 한 달여만으로, 수출입 절차가 한층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국산화·대체공급망 확보가 진행돼 있는 만큼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철회한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 재지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 절차가 완료되면 2019년부터 이어져 온 한국 대상 수출 규제는 모두 해제되는 셈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를 거쳐 총리령인 정령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부 고시 개정만으로 화이트리스트 지정이 가능한 우리나라와 다르다. 이에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두 달가량으로, 이르면 상반기 중 화이트리스트 재지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해제로 그간 일본산 소재 수입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서류상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재지정으로 절차가 간소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韓 먼저 손 내밀자 日 화답…상반기 중 재지정 절차 마무리 될 듯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 내리자 지난 2019년 7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총 3종의 핵심 소재를 수출 규제 대상에 올렸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는 일본기업 징용 배상을 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응한 보복 조치로, 일본 정부는 그동안 '안전보장상 대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올 들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한 후 일본은 대한국 수출 규제 해소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 측에서 WTO 제소를 철회한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 복원에도 선제적으로 나서자, 이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일본도 이번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신동빈(오른쪽부터)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지난달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동빈(오른쪽부터)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지난달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일로 양국 관계가 화해 무드로 접어 들면서 국내 기업들은 핵심 소재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수급 불안정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 정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의 국산화를 추진하며 일본 의존도를 다소 줄이긴 했으나, 중간 소재 의존도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관련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2022년 21.9%로 10.7%p 감소했으나, 수입 규모는 되레 상승했다. 전자부품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9.6%에서 2022년 11.8%로 증가했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감광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수입 비중은 여전히 높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작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반도체 웨이퍼 식각과 불순물 제거 공정에 주로 쓰이는 불화수소는 국산화에 다소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소부장의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특히 불화수소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내 기업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에서 고순도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11월까지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의 수입중량은 2천902톤(t), 수입금액은 713만 달러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수입중량은 51.19%, 수입금액은 35.88%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2018년 3만8천339t에 달했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량은 수출규제가 시행된 2019년부터 1만9천836t, 2020년 4천943t까지 떨어졌고 2021년 6천628t으로 소폭 올랐다가 지난해 또 다시 곤두박질쳤다. 수출금액 역시 2018년 6천686만 달러에서 2022년 713만 달러(11월 누계)로 무려 89%나 쪼그라들었다.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 우회 수입 등 유럽으로 공급망을 넓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인 동진쎄미켐이 개발에 성공, 반도체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초박막경량유리(UTG)로 대체됐다. 삼성전자가 성능과 안정성을 고려해 불화폴리이미드 대신 UTG를 폴더블폰에 적기 적용한 것이다.

반도체 소재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로큰웨이퍼·실리콘웨이퍼의 수입액은 단가 상승과 수요 확대로 증가했지만,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2010년 51%에서 2021년 41%로 10%p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소재(18개 품목) 수입은 과거 일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2010년 한국의 반도체 소재 총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48.1%에 이르렀지만 2021년에는 35.2%로 12.9%p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2.7%에서 24.2%로 11.5%p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이전까지는 반도체 기업들이 신뢰도와 품질이 검증된 일본 제품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국산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수출 규제 이후 국가 산업이 흔들리고 수입 다변화 필요성을 깨닫게 되며 급속도로 소재 국산화가 진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웬만한 소재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해놓은 상태여서 크게 도움을 받진 않을 듯 하다"며 "다시 이를 공정에 적용하려면 테스트를 또 해야 하는데 일본 수출 규제가 해제됐다고 해서 굳이 일본 제품을 들여올 이유는 현재로선 없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광 장비 등 일부 제품은 필요에 따라 절차를 거쳐 일본산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듯 하다"며 "일본 외 다른 국가 업체들과 공급망을 단단하게 형성해놨고, 일부 소재는 국산화도 진행돼서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여전히 갈 길 먼 소·부·장 '국산화'…"日과 긴밀한 협력하는 계기 돼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의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국산화한 핵심소재의 사용 비중이 아직은 크지 않은 데다 전 세계 포토레지스트의 90%와 에칭가스 70%가량을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만큼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반도체 소재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지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상위 10대 수입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의 경우 한국의 상위 10대 수입국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7.6%에서 지난해 상반기 93.7%까지 높아졌다. 부품은 같은 기간 동안 83.5%에서 91.0%로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는 88.9%에서 96.6%로 확대됐다.

특히 네덜란드 수입에 100% 의존하고 있는 노광 장비와 미국과 일본 수입에 각각 70.8%와 25.5%를 의존하고 있는 이온주입기 등 국산화가 낮은 장비의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는 결과적으로 한국이 핵심소재 개발에 나서는 계기가 되며 맷집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반도체가 코로나19 이후 국가 경제안보의 자산이자 무기로 부각된 상황에서 한국이 공급망 위기에 버텨내기 위해선 소재는 물론 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해 90% 이상인 수입의존도를 낮춰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한 직원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한 직원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선 일본도 한국이 수 년 걸리는 국산화를 수 개월만에 이뤄낸 것을 지켜보며 큰 피해를 입었던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의 기술 협력을 더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국은 아직 기술력 등에서 향상이 필요하고, 일본은 자국 기업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어서다. 한국은 소부장 100대 전략품목의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61%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력이 특히 취약한 점을 고려하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일본 등 선진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며 "일본 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공장이 있는 한국에 연구개발 센터나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운영도 활기를 띨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칩4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에 제안한 협의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 소재 공급 문제로 갈등했던 한일 관계가 호전되면 미국 주도로 협력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중국의 물량공세와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국·일본·대만 등과 반도체 기술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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