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한 하늘에 태양이 두 개 뜰 수 없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의 태양이 떴으면 한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외국인 지도자를 경계하는 게 아닌 국내 지도자의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다.
현대캐피탈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1-3(25-20 23-25 23-25 17-25)으로 패했다.
1세트를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허수봉과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가 각각 24점, 16점으로 분전한 현대캐피탈. 그러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온 대한항공에 집중력 싸움에서 밀렸다.
한국전력과 플레이오프(PO) 최종전까지 치르는 강행군을 치른 탓에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 저하가 뚜했다.
최 감독은 "솔직히 오늘 이길 줄 알았다. 오레올이 잘해줬지만 후반부에 체력이 떨어지며 힘 싸움에서 밀린 것이 조금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재미나게 즐기는 모습을 봤다. 챔피언결정전이라 과하게 긴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 경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날 심판 판정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주심은 최 감독의 항의 잦아지자 구두 경고 이후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최 감독은 이 상황을 두고 "더블 컨택과 캐치볼은 주심의 재량에 달렸다. 심판마다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오늘 전체적으로 또다른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라면서 "이런 기준이라면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다지는 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기본기를 갖추고 국제무대에서 경기하기 위해선 조금 더 타이트하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 부분은 심판의 권한이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2세트 막판에는 대한항공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도 신경전을 벌였던 최 감독.
그는 "큰 상황은 아니다. 상대도 우리도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어느 정도 신경전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국내 지도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팀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동안 최근 외국인 감독이 우승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최근 외국인 감독이 더 들어올 것 같은 얘기가 들리는데 국내 감독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게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V리그 14개 구단 중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이 올 시즌을 외국인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다음 시즌 지휘봉을 아헨 킴(미국) 감독에게 맡기기로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석진욱 감독과의 동행을 마친 OK금융그룹은 외국인 감독을 물색 중이다.
최 감독은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지도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한 하늘에 태양이 두 개 뜰 수 없듯이,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의 태양이 떴으면 한다"라면서 "남녀부 모두 (사령탑)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국내 감독들이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대 17번의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에 승리한 팀이 우승 트로피를 품은 것은 총 12번에 달한다. 확률은 70.6%다.
현대캐피탈은 30%의 확률을 뚫어야 하는 상황. "큰일 났다"고 혀를 내두른 최 감독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자존심을 지켜보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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