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즐거웠던 기억을 주입하고, 잃어버린 기억은 복원시킬 수 있을까. 국내 연구팀이 이와 관련해 감정과 행동을 조작하는 기술을 고도화시켰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국양) 뇌과학과 현정호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팀과 공동 연구로 특정 신경세포·회로와 특정 행동,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Cal-Light(캘라이트, Calcuim and Light-Induced Gene Handling Toolkit)는 빛과 칼슘을 동시에 이용해 원하는 때에만 빛을 켜고 끔으로써 활성화된 신경세포만을 시각화하거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다.
Cal-Light 기술이 효율적으로 구동되기 위해서는 특정 행동에 따라 활성화된 신경세포를 표지(Labeling)해야 한다. 특정 세포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도 필요하다. 기존의 Cal-Light 기술은 활동전압에 비의존적 칼슘신호에 의해 특정 신경세포가 표지될 수 있는 등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현정호 교수 연구팀은 신경세포의 활동전압에 의해 촉발된 세포내 칼슘 상승을 빛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유전자 발현으로 전환하는 세포체에 표적을 맞춘 ST-Cal-Light(Soma-Targeted Calcium and Light-Induced Gene Handling Toolkit)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세포체에서 발생하는 활동전압에만 더욱 의존적 표지가 가능해 기존 캘라이트 기술 대비 훨씬 좋은 효율로 표지가 가능한 기술이다.
기존 Cal-Light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ST-Cal-Light 기술은 단백질이 세포체에 집중된다. 칼슘과 빛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해 특정행동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을 기존 대비 더 높은 시공간해상도로 표지가 가능하다.
ST-Cal-Light을 이용해 뇌전증 등의 신경과적인 뇌질환 역시 전임상 단계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동물을 이용해 규명했다.
현정호 교수 연구팀은 세포체 표적 Cal-Light 유전자를 조건부로 삽입(knock-in)한 유전자조작 쥐를 제작함으로써 살아있는 동물에서 신경세포 표지와 조절을 통해 특정 신경세포·신경회로와 특정 행동과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됐다.
특정행동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정확히 표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이 기술을 통해 기존에 연구하기 어려웠던 특정 신경세포 앙상블과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정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를 이용해 감정·행동을 조작함으로써 즐거웠던 기억을 주입할 수도,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Tagging active neurons by soma-targeted Cal-Light)는 DGIST 뇌과학과 현정호 교수가 제1저자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권형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2022년 12월 13일자 온라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