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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공유하라고?"…째째한 美, 반도체 지원금 미끼로 삼성·SK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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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 이상 신청 기업에 보육지원 계획 제출 요구…中 투자 제한까지 '첩첩산중'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과 관련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 받았다.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예상 밖 수익을 정부에 공유하기로 약속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미국 정부가 내세웠기 때문이다.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지원금 지침을 발표한다. 지원금 규모는 총 390억 달러(한화 50조원)가 책정됐으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지원금 신청은 이날부터 받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일단 보조금을 받게 되면 중국에 10년 동안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중국 내 시설을 고도화할 계획은 없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혜택은 기업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실제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단 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난처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인스타그램 캡처]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인스타그램 캡처]

여기에 미국 정부는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보육 지원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공장이나 건설 현장 인근에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에 있는 보육사업자에게 더 많은 어린이를 수용하도록 자금을 내는 방안 ▲직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같은 요구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 무관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등 미국 제조업을 다시 육성하는 데에 아이 돌봄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미국 35개 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보육 서비스 공급은 잠재 수요보다 약 300만 명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 산업 종사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5만8천 명(5%포인트) 감소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애초 지난해 '더나은재건법안(Build Back Better Act)'에 보육 경감을 담으려 했으나 반영하지 못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뉴욕타임스 기사를 연결한 후 "우리가 노동력을 더 확보하지 않는 한 반도체지원법은 성공할 수 없으며 저렴한 보육 서비스 없이는 노동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에 노동자를 위해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려고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향후 5년간 자사주 매입계획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회사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가 부양 수단으로 활용된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 신청한 반도체 기업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경우 수익 일부를 연방정부에 공유할 것도 요구할 방침이다.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자사의 구체적인 재정 계획을 제출하면서 연간 실적 전망치도 최대한 정확하게 산출해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익은 미국 정부가 공유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보조금을 더 받겠다면서 자사의 재정 상태나 손실 전망을 과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 같은 방침 속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어떻게 나설 지 주목된다. 두 회사는 현재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다만 부지 등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운 보조금 지원 조건이 붙으면서 외국 기업이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며 "업체들이 보조금 신청과 관련해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나오면 보조금을 신청할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허들이 너무 많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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