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역전세난'에 따른 비명소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최근 시세 대비 2021년 계약 당시 보증금의 가격차가 10억원 안팎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나오면서다. 장기화하는 주택시장 침체 국면에서 집값 하락에 따른 '영끌' 집주인들로서는 보증금 재산정과 차액 반환을 두고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6일 부동산중개 업계에 따르면 역삼동 개나리SK뷰 84㎡(25.41평) 전세 매물은 지난 2021년 8월 16억5천만원에 계약됐는데, 작년 10월 실거래 가격은 5억4천7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11억원이 넘는 가격차가 발생한 것. 이런 추세라면 집주인은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기존 세입자에게 차액을 돌려줘야 할 처지가 된다.
청담동 래미안청담로이뷰도 가격차가 이보다는 덜하지만 전세계약 갱신 시기가 된 집주인이라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아파트 110㎡는 2021년 10월 22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계약된 같은 면적 전세가격은 12억5천만원이다. 갱신계약을 할 시기까지 가격대가 유지된다고 할 때 돌려줘야 할 예상 보증금은 9억5천만원에 달한다.
압구정동 한양 5차 아파트 153㎡ 역시 2년새 가격차가 9억원에 달한다. 2021년 2월 25억원에 전세로 거래됐는데 최근 실거래가는 16억원이다.
강남권의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는 2021년 12월 29억8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계약가는 19억5천만원이다. 돌려줘야 할 예상 보증금은 10억3천만원.
송파구 송파동 한양아파트 158㎡는 2021년 5월 15억2천만원에 계약됐으며, 최근 실거래가는 6억원이다. 9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최근 시세와 2021년 당시 보증금 차이가 10억원 내외로 벌어지는 매물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159㎡는 2021년 10월 48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시세는 38억3천250만원이다.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예상 보증금은 9억6750만원이다.
특히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 집주인인 경우 역전세(2년 전 직전 계약 때보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현상)로 인해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을 상환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금리마저 크게 올라 세입자에게 돌려줄 정도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와 성북구, 금천구 등 영끌족의 매수가 많았던 지역에서 역전세난 상황에 처한 아파트의 비율이 30%대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영끌족 중 이자를 줄이기 위해 본인은 빌라에서 월세로 살고 소유한 집을 전세로 내놓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중심 지역의 임대차 매물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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