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가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플랫폼들은 그간 소비자에게 불리한 이용약관을 적용해 책임에서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를 중개한 일부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네이버 등 오픈마켓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달 21일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오케이몰 등 명품 플랫폼 업체 4사에 대해 ▲환불 불가 ▲재판매 금지 제재 ▲플랫폼 책임 부당 면제 등 불공정 약관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를 통해 명품 플랫폼들이 가품 판매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불공정약관을 수정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책임 부당 면제 조항에서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3사가 입점사업자(판매회원)와 소비자(구매회원) 간의 분쟁에 관여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회원들이 부담하도록 해 플랫폼이 책임을 피하도록 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플랫폼상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 및 제품 하자, 가품 여부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이는 플랫폼 이용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시정 명령이 명품 플랫폼에 그치긴 했지만 가품 유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유통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향후 불공정 약관 실태조사 대상이 이커머스 최대 사업자인 네이버를 비롯한 오픈마켓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네이버는 거래액(GMV) 기준 분기 거래액 6조원 대의 선두 사업자이지만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위조품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위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에 특허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내 주요 온라인몰 위조상품 유통적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8개 오픈마켓에서 총 41만4천718점의 가품이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별로 보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18만2천580점으로 가장 많고 쿠팡(12만2천512점), 위메프(6만6천376점), 인터파크(2만3천22점), 11번가(9천483점), 지마켓(9천18점) 등이 뒤를 이었다.
늘어나는 가품 유통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이렇다 할 법적 처벌이나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공정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자인 네이버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거래 당사자 간 알선을 대가로 수수료를 취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거래 당사자가 아니기에 상품, 상품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시만 하면 된다.
패션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나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 등에서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입한 상품이 가품인데 입점업체가 폐업하거나 잠적해서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거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패션이나 명품 등은 대부분 가품이라서 믿고 걸러야 한다" 등의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의 커머스 관련 서비스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시정 요청하기 전 명품 플랫폼들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부당한 '면책 조항'이 담겨 있다. 예컨대 네이버페이 이용약관 제9조(이용회원의 의무)에 따르면 '회사(네이버)는 판매자회원의 상품 내용과 거래 조건에 대해서 보증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같은 약관 제29조(회사의 면책)에서도 '회사(네이버)는 판매자회원과 이용회원 간의 상품 거래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 및 가품 여부에 대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앞으로는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에서 판매된 가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네이버도 보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명품플랫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약관 조항으로 인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여 관련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용약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이용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가품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판매 중개자 입장에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여러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 중에서 특정 업체를 선택한 것은 플랫폼 상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진위와 가품 여부에 대해서 해당 플랫폼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플랫폼의 대외 명성과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거래하는 것을 고려할 때 네이버도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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