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계열사 부당지원을 통해 총수 일가를 지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조현범 회장도 이와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최근 국민연금도 한국타이어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조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또다시 '오너 리스크'가 불안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검찰 조사…과거 개인비리 '유죄'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조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이득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지시 또는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등을 조사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가 MKT(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 몰드를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했다. 동시에 한국타이어 법인을 검찰 고발했고, 검찰의 조 회장 소환은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계열사 MKT가 제조한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약 4년 동안 원가가 과다 계상된 가격산정방식(이하 신단가 정책)을 통해 MKT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2011년 인수한 회사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2014년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신단가 정책을 수립·시행했다. 신단가 정책을 통해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한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와 이윤 15%를 보장했다.
이 기간 MKT는 매출액 875억2천만원, 영업이익 323억7천만원을 달성했다. MKT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는 대규모 배당금이 지급됐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49.9%로, MKT는 2016∼2017년 조 회장에게 65억원, 조 고문에게 43억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24일 조 회장 집무실을 포함해 4개 계열사와 관계사를 압수수색하고 한국타이어가 MKT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신단가 정책'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해왔다. 또 서승화 전 한국타이어 부회장 등 부당 지원에 관계된 임직원 다수를 조사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공정위에 고발요청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조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에 한국타이어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또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과거 하청기업으로부터 수년간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모두 6억원가량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2019년 구속된 바 있다. 이후 2020년 3월 보석 신청이 인용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같은 해 말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았다.
◆ 국민연금, '형제의 난' 당시 조 회장 '반대'…지분율 확대하며 보유 목적 '일반투자' 상향
국민연금이 최근 한국타이어의 지분을 확대하며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 경영활동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조 회장에 대한 견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 11월 21일 한국타이어 보유 지분을 기존 7.87%에서 8.02%로 확대하며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지분도 기존 5.00%에서 6.01% 늘리며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일반투자'의 경우, 단순투자와 달리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 참여가 가능한 단계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조치는 공정위와 검찰의 법적 조치가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기업과 총수 일가의 비위나 범법 혐의 등이 불거지면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하고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왔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한국타이어가 경영권을 놓고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 겸 부회장과 차남인 조현범 회장(당시 한국앤컴퍼니 및 한국타이어 사장) 사이 '형제의 난'이 벌어졌을 때 조 회장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견제했다. 당시 한국타이어 주주총회에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왔는데, 국민연금은 그가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한국타이어그룹에 대한 조 회장의 지배력은 비교적 공고하다. 현재 조 회장의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7.73%로 국민연금(8.02%)보다 낮다. 그러나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인 지주사 한국앤컴퍼니(30.67%)의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42.0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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