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에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추진하려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전망이다. 기존에 없던 투자 상품인 탄소배출권의 위험값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증권사들은 정부 주도의 장내시장이 아닌 장외시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증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10개월째 계속 검토 중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K-ETS)에서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는 총 20개사다. 기존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SK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가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시장 내 유동성 부족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널뛰는 문제가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말 증권사 참여를 확대했다. 또한 최근에는 증권사 위탁거래와 선물거래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앞서 금감원도 지난 2월 탄소배출권 시장 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증권사 순자본비율(NCR) 산정 시 탄소배출권의 위험값을 완화해주는 방향이다.
증권사들은 NCR을 최소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NCR은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이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증권사들은 금감원으로부터 경영개선 요구 등의 조치를 받는다. 이에 금감원은 탄소배출권 위험값을 지금보다 완화해 NCR 비율이 하락하는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들이 탄소배출권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위험값 완화에 따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걸림돌이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NCR을 계산할 때 탄소배출권 위험 가중치를 낮춰주면, NCR 비율 하락을 막는 수준에서 탄소배출권을 더 많이 홀딩할 수 있게 된다"며 "증권사가 우회적으로 탄소배출권을 더 많이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탄소배출권 위험값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탄소배출권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투자자산이기 때문에 기존 금융투자상품들과 비교해 적정한 위험값 수준을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탓이다. 이에 현재 탄소배출권의 위험값은 기타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32%가 적용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위험값 산정과 관련해서는) 업계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아직은 논의 단계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장내시장뿐 아니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눈길을 주고 있다. 배출권 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강제적으로 부여되는 '규제적 시장'과 기업·기관·비정부기구(NGO) 등이 자율로 참여하는 '자발적 시장'으로 구분된다.
KB증권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금감원에 자기매매와 장외 중개업무에 대한 부수업무를 보고했다. 이밖에도 삼성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SK증권 등이 자발적 탄소배출권 관련 부수업무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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