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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엠파스 검색쇼크와 학익진(鶴翼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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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스 전략이 흥미진진하다. 엠파스가 '열린검색'을 통해 노리는 타격지점은 분명하게 네이버다. 전세(戰勢)는 네이버의 절대 우위다. 네이버의 힘이 7이라면 엠파스는 고작 1도 안된다(검색점유율). 현실은 중과부적이다.

하지만, 싸움은 지켜볼 만하다. 엠파스의 전략, 학익진(鶴翼陣) 때문이다.

이순신이 왜란 때 고안한 학익진은 100대 10의 전력을 8대 200으로 역전시키는 과학이었다. 수십 척의 흔들림 없는 배로 학의 날개를 펼쳐 수백 척의 적선을 품은 뒤 폭풍같은 화포로 타격해 품안의 적선을 섬멸하는 전략이다.

그럼 왜 엠파스의 전략을 학익진(鶴翼陣)으로 봐야 하는가.

우선 형상이 그렇다. 엠파스는 시장점유율 7대 1의 열세에서도 네이버를 품안에 가둔 형국이다. '내 안에 네이버도 있소'라고 주장한다. 사실 네이버 뿐만이 아니다. 난다 긴다하는 다음과 야후, 네이트 등도 엠파스 품에 있다.

그러면 수 백 척에 나누어 실린 왜국 수군이 학익진을 펼친 우리 수군의 품에 갇혔듯, 모든 포털이 엠파스의 품에 갇힌 게 사실인가.

"그렇다"고 대답하여도 엉뚱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엠파스, 네이버, 다음, 야후…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엠파스에서 한꺼번에 찾을 수 있습니다'라는 엠파스의 '열린검색' 광고문구에서, '모든'이라는 어휘는 상당히 과장돼 있을 터이지만, 네이버 등의 DB에 있는 정보를 검색해 리스트업 해주는 것만은 사실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1이 7 이상을 품어 이길 수 있는가.

'학익'이란 진영(陣營)은 불세출의 전략가 머리에서 창조됐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데는 그 이상의 요소가 있었다. 적선이 종대로 통과해야만 하는 좁은 여울목, 아군한테 유리한 바닷물과 바람의 흐름, 적선과 아군 배의 간격을 유지시킬 수 있는 화포, 치밀하게 훈련된 병사 등이 있었다.

그런 모든 조건을 갖춘 뒤에라야 학익진은 필승불패의 전법이 된다.

엠파스는 지금 그런 조건이 갖춰졌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선 주관적인 요소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외길 처방이라 해도 일거에 크게 타격할 수 있는 초강수가 필요한 시점이고, 그게 학익진이다. 최후 결전에 대한 의지도 충천해 있다. 주위를 물리치고 검색에 올인했다.

그 각오는 마치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비장함을 엿보는 듯하다.

객관적 조건도 불리하지만 않다. 엠파스가 조선 수군처럼 왜소해지는 동안 네이버는 '지식검색'이란 깃발아래 대군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네이버의 강점이 역으로 약점일 수도 있다.

그 곳이 어딘가. 네이버라는 대군의 선봉, 즉 DB다. 디렉토리, 문장, 지식으로 이어지는 지난 시기 검색전쟁의 막바지 단계에서 승리의 관건은 DB였다. 그래서 '검색전쟁'이라기 보다 사실은 DB 전쟁이었다. 누가 더 많은 DB를 확보할 것인가의 싸움이었다. 상대보다 더 많은 병사를 길러내야만 하는 물량전쟁과 같았다. 모두가 이 전쟁에서 네이버에게 무릎을 꿇었다.

DB 싸움으로는 누구도 '지식검색'이란 대군을 당할 수 없었다.

진짜 명장은 바로 그 순간에 나온다. 상대의 강점을 약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전략을 들고. 이순신한테는 그게 학익진이고, 엠파스에게는 그게 '열린검색'이다. DB로 붙으면 백전백패가 명약관화하다. 방법은 하나. 돌진해서 치는 게 아니라 품을 벌려 싸안아 그 힘을 쿠션으로 되돌려 미는 것이다.

이순신이 바다와 자연조건에 관한 풍부한 경험을 통해 학익진을 창조해냈듯, 엠파스는 인터넷에 대한 오랜 경험과 이해로부터 열린검색이라는 초강수를 끌어냈다. 물결은 거스르는 게 수군에게는 큰 위험이듯, 검색에 관한 한 DB 전쟁으로 가는 것은 인터넷의 본류를 거스르는 일이다.

인터넷 검색은 막힘 없이 우주적으로 열려야 하는데, DB 전쟁으로 가다보면 열림보다는 갇힘의 속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 검색 사이트의 힘은 특정 DB의 정보를 찾아주는데 있는 게 아니라 광대무변한 인터넷 공간을 뒤져 네티즌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며 보기 좋게 찾아주는 데 있을 것이다. 그게 인터넷의 철학이다. 이 철학에 따르면, 네이버 지식인 DB 또한 광활한 우주의 한 지점에 불과하다.

엠파스는 그것까지 품어 찾아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검색에 관한 한 네이버가 엠파스 품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익진은 언제든 필승불패의 강력한 전법이기만 한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최상의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허약하기 그지 없는 게 학익진이다. 적의 선봉이 중앙을 돌파하면, 적은 횡대로 아군은 종대로 바뀌게 되고, 전세는 곧바로 뒤집힌다. 또 학익진은 처참히 찢긴다.

네이버는 엠파스의 학익진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최근 검색 전쟁의 관전 포인트가 바로 여기다. 지금 논의되는 것은 세 가지 정도. 하나는 엠파스가 네이버의 DB를 검색할 수 없도록 기술적으로 막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적재산권 침해에 관한 법리 싸움이다.

하지만 엠파스가 비장한 마음으로 올인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통해 학익진을 펼쳤을 때 이 두 가지 반격은 충분히 대비한 수처럼 보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또 엠파스에게 도덕적 흠집을 내게 할 수도 있다. 그동안 포털 업계는 '상대방 DB 접근 금지'라는 금기를 갖고 있었다. 엠파스는 '인터넷의 철학'과 '사용자 우선'이라는 원칙을 명분으로 이 금기를 깼다. 상도의라는 측면에서 엠파스의 행위는 업계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못지 않게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이순신이 학익진을 펼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다만 오랜 경험을 통해 예측하며, 하늘에 빌 수밖에 없던 것이 있었다. 바람이다.

마찬가지로 엠파스나 네이버에게도 오랜 경험을 통해 예측하고 짐작할 수는 있지만, 바람처럼 누구도 끝내 그 방향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네티즌의 마음이고, 그것이 어디로 흐를 것인가가 문제이다.

즉, 네이버의 훌륭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며 네이버 지식인 DB 중심의 검색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하되 검색할 때는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찾아준다'는 엠파스로 옮길 것인가의 문제다.

최후의 금기까지 깨며 꺼낸 엠파스의 학익진이 어느정도 성과를 낼 것이냐, 아니면 네이버의 역공에 쉽게 돌파 당할 것이냐, 결국 이를 가를 존재는 네티즌의 마음의 바람이지만,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번 전투의 끝이 간단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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