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과 중동의 정·재계 글로벌 거물들과 연쇄 회동하며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를 이번 만남에서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이 회장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베닝트 CEO와 함께 동석하는 형식으로 참여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이미 뤼터 총리, 베닝크 CEO와 회동했지만 이날 민관협력 차원의 모임에선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 반도체 협력 방안이 구체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SML은 7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이하 선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업체다. 약 2천억원에 달하는 고가인 제품이지만 공급 대비 수요가 넘치다보니 삼성, TSMC, 인텔 등 장비를 사려는 업체들이 줄을 설 정도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과 올해 6월 유럽 출장 때마다 베닝크 CEO를 만나 원활한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도 차세대 EUV 장비로 꼽히는 하이-Na 장비를 ASML에 발주한 바 있다.
이날 오전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스페인 총리가 한국 내 삼성 사업장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이 일정상 산체스 총리를 의전하지 못했지만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이 산체스 총리와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 등 스페인 주요 부처의 장·차관 40여명과 함께 평택 P1라인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반도체 업체들이 이처럼 삼성전자와 협력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에 있는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뺏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은 2030년 반도체 생산능력 20% 확보를 목표로 최대 430억 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는 'EU 반도체칩법'를 추진중이다. 유럽이 반도체 사업 패권을 가져가기 위해선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의 기술, 투자 유치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베닝크 ASML CEO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이 회장과는 사적인 대화도 나누는 사이"라며 이 회장과 친분을 과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회장은 유럽 인사들과 회동을 마치고 곧장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도 만났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2019년 7월 이후 3년 만이다. 현재 총사업비 5천억 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추진 중인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 기간 한국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19년 9월 사우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기술,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광범위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최근에 '회장' 타이틀을 달았고 국내외로 현장 경영을 펼치며 '뉴 삼성'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번 회동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안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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