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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판정 기준…국제 경쟁력 퇴보시키는 '로컬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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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넷 비디오 판독 부활…FIVB 룰과 충돌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2022-23시즌 V리그 비디오 판독 항목은 총 11개다. 지난 시즌까지 10개였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오버넷이 다시 추가됐다.

비디오 판독은 해외리그와 환경이 다른 부분을 고려해 V리그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로컬룰'이라는 범주에 포함된다. V리그에는 잘못된 판정이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줄이고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판독 항목 역시 가장 많은 리그다.

판정 시비를 줄이고자 도입된 오버넷 비디오 판독. 그러나 또다른 문제가 따르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그러 올 시즌 부활시킨 오버넷 비디오 판독이 모호한 판정 기준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 시즌 개막 전 기술위원회(이하 기술위)를 열고 오버넷 비디오 판독에 대한 판정 기준을 정했다.

기술위는 오버넷을 '볼을 접촉하는 순간 상대편 공간으로 손이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포지션, 공격, 수비 상황에 따라 더 세분화했다.

세터의 오버넷은 '패스(토스)하는 순간 네트 수직면을 기준 상대 팀 공간으로 (세터의)신체가 조금이라도 넘어가는 경우'로 설명했다.

공격자의 오버넷은 '공격과 블록(블로킹) 구분은 공격 스윙으로 판단되었을 경우를 기준으로 뒀고 공격 시 타구 위치를 기준으로 판정한다'고 명시했다.

블로커의 오버넷은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과 케이스북, 지침서를 참조한다'고 정리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심판이 재량껏 판단한 오버넷에 대한 항의가 잦았기에 비디오 판독 항목에 더해진 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세터의 오버넷 판정 기준이 국제무대와 너무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열린 V리그 경기에서 그런 상황이 나왔다. 지난 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남자부 1라운드 맞대결에서다. 당시 오버넷 관련 비디오 판독 후 혼란이 있었다.

2세트 18-18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KB손해보험 리베로 정민수가 현대캐피탈 박상하의 서브를 받는 과정에서 공이 다소 네트 쪽으로 붙었다. 이후 세터 황택가 높게 뛰어올라 오른손으로 공을 연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심이 휘슬을 불고 오버넷을 지적했다.

KB손해보험 벤치는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공이 네트의 절반을 넘어가지 않은 상황. 즉 리시빙 팀 지역에서 황택의의 접촉이 이뤄졌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감독관은 '판정 불가'를 선언했고 원심(오버넷)이 그대 유지됐다. 그런데 여기서 '로컬룰'과 FIVB 규칙이 차이가 난다.

이같은 내용은 여러 사례에 대해 판정을 풀이해 둔 FIVB 케이스북에서도 자세하게 나와있다.

2020년도 FIVB 케이스북에는 'A팀 세터가 볼을 네트 상단에서 세팅했고, 볼 접촉 순간 그의 손가락이 상대편 공간에 있었다'라는 질문이 실렸다.

지난 9일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2세트 18-18에서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가 상대 코트로 공이 넘어가기 전 한 손으로 공을 연결한 모습.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여기에 대한 답은 '각 팀은 자기 팀 지역과 공간 내에서 볼을 플레이해야 한다. 네트 상단 위에서는 손의 위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세터가 상대팀 공간에서 볼을 쳤으므로 반칙을 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FIVB도 '상대편 네트 하단에서 볼을 히트하는 것과 다르다. 여기서 볼의 위치가 중요한데 볼이 네트의 수직면을 완전히 통과한 경우에만 반칙이다'라고 전제했다.

풀이하면 공이 네트의 수직면을 완전히 통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가락이 넘어가더라도 오버넷으로 보기 어렵다고 정의한 것이다.

V리그에 적용하고 있는 세터의 오버넷에 대한 기준은 FIVB 룰과 차이가 분명히 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통한 판정의 용이함만을 고려했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올 시즌 유사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V리그 심판진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판정의 일관성에 대한 부분도 스스로 풀어내야 할 부분이다.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 심판들은 이번 오버넷 기준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A심판은 "세터의 오버넷은 손가락의 위치가 아닌 공의 접촉이 일어난 지역을 봐야 한다"라며 "배구는 공간의 경기다. 공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소유권이 달라진다. 공이 아닌 신체 일부를 오버넷 판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부분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B심판은 "FIVB 주관 대회와 다른 어떤 해외리그에서도 세터의 손가락 위치만으로 오버넷을 지적하지 않는다"라며 "판정 기준을 이렇게 가져가면 V리그에서 뛰던 세터들은 국제무대에서 오버넷을 의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면 이런 부분이 경기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터 출신 지도자 역시 "내가 지금까지 했던 배구가 부정 당하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국제 무대에서 이런 부분으로 지적을 받은 경험도 없다"라며 "대표팀에 나서는 세터들은 이러다보면 분명 플레이가 위축된다. 이런 기준이라면 오버넷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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