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와 일부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직방금지법)' 두고 서로를 향해 "독점적 구조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 일각에선 "한공협이 지역별 카르텔을 형성해 많은 신규 공인중개사들이 관련 자격증을 따고도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마음껏 부동산 중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한공협 측은 "사실상 회원들이 특정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으면 매물을 광고할 곳이 없다고 봐도 될 만큼 독과점 문제가 심각하다"며 반박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부동산 중개 앱인 직방이 등장한 지 5년 만인 지난 2015년부터 부동산업계의 생태계가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같은 해 80% 이상을 기록했던 직방의 시장 점유율은 프롭테크 기업 수가 늘어난 최근에도 과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선 직방이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공인중개사들로부터 광고비를 크게 올려 받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날 현재 직방은 이용자가 지하철 신림역을 검색하는 것을 기준으로 배너 2~11개당 광고비를 월 92만4천원씩 받고 있다('서울 VIP 배너 상품' 기준). 업계 2위인 다방이 ▲모든 종류의 매물 등록권 무료 제공 ▲4개 중개사무소만 서비스 구매 가능 등의 조건으로 신림역 검색 상품의 광고비를 월 82만8천원에 책정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처럼 비싼 광고비에도 많은 공인중개사들은 직방의 높은 시장 점유율 때문에 기업으로의 광고를 포기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공협 관계자는 "직방은 TV 광고와 옥외 광고를 많이 하지만 다방은 최근 광고를 많이 하고 있지 않아 광고비가 더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직방을 이용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11만9천명의 한공협 회원 중 5만명 이상이 직방 회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플랫폼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지방 소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개사가 직방을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한공협을 중심으로 직방을 부동산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프롭테크 업계 일각에선 협회의 독점 구조가 이미 고착화돼 그동안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왔단 반론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0월 검찰은 아파트 거래 과정에서 중개 수수료를 올리기 위해 담합한 혐의를 받는 공인중개사 등 10명을 기소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이종혁 한공협 회장이 '부동산 시장에 플랫폼이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며 주도권 싸움을 선언한 것과 앞서 2018년 한공협이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부동산 플랫폼을 제외한 다른 프롭테크 기업의 서비스에 매물을 제공하지 않는 '셧다운 캠페인'을 진행한 것 등도 한공협이 시장 독점을 위해 행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날 프롭테크 기업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서 한공협이 부동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손발을 자르고 기존 공인중개사들을 중심으로 부동산업을 영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보임에도 아직도 프롭테크를 향한 '공룡 플랫폼' 등의 프레임이 있어 답답하다"며 "이번 논란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 시장 재편에 앞선 시대의 흐름이자 성장통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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