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두고 우리나라 대미통상 라인의 첫 보고와 분석 등 모든 면에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미 대사관에서 지난 7월 말 우리 정부에 보낸 IRA 첫 보고에는 전기차 내용도 없었다는 것이다. 법안 통과가 사실상 낮은 것으로 전망해 부실 늑장 대응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용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미국 현지 대사관에서 외교부와 산업부 등 우리 정부에 IRA 관련 전문을 처음 보낸 날짜는 7월 29일이라고 확인됐다. 법안이 공개되고 이틀 후이다.
당시 전문에는 전기차 세액 공제 등 핵심 내용은 누락돼 있을 뿐만 아니라 법안의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지켜보자’며 유보적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법안 통과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는 7월 27일 IRA 법안 공개 당시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 척슈머 상원 원내대표의 8월 첫째주 IRA 표결 합의에도 불구하고 시네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50명의 민주당 전원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통과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8월 6일 상원 상정, 7일 상원 통과, 12일 하원 상정과 통과 등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빗나간 보고를 한 셈이다.
이 같은 첫 보고의 헛발질은 주미 대사관의 8월 4일 두 번째 전문에서도 수정되지 않았다.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방한 전 대통령실에도 보고된 이 보고에는 이미 보도된 것처럼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핵심 내용은 포함돼 있었는데 법안 통과 여부에 대한 보고는 담기지 않았다.
앞서 산업부가 시네마 의원의 반대로 IRA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밝힌 것과 달리, 법안 공개 이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시네마 의원을 설득하고 있었다. 8월 3일은 전직 재무장관들의 IRA지지 성명이, 8월 4일 시네마 의원은 해당 법안에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보고 당시에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잘못된 보고를 바로잡지 않은 채 8월 4일 펠로시 하원 의장 방한에도 IRA 관련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시네마 의원의 찬성 입장 발표로 상원 통과가 거의 확실시 된 8월 5일에도 법안 통과 가능성 등에 대한 후속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펠로시 하원 의장은 법안 공개 직후인 7월 29일 주간 기자회견에서 8월 둘째 주에 IRA법안이 상원에서 넘어오면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법안은 8월 둘째 주인 12일에 하원을 통과했다.
김용민 의원은 “모든 보고는 첫 보고가 가장 중요한데, 첫 보고부터 빗나갔다”며 “게다가 첫 보고 이후라도 정부가 상황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하고 주시했다면 상원 상정을 앞두고 하원 의장이 방한했던 8월 4일 두 번째 보고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 늦장 대응으로 IRA법 관련 손 한번 쓰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 보고 취합과 보고시스템, 정보 네트워크 등 대미통상대응 전반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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