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4일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 감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며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마구잡이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다"며 김 처장에게 "직권남용과 3권분립 훼손이 우려된다. 전·현직 대법관에게도 감사원이 감사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처장은 이에 "과거에는 모르겠으나 제가 재직 중인 시기에는 없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이어 "감사원이 감사원법 50조 1항(감사원은 필요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감사대상 기관 외의 자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거나 출석해 답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 만약 감사원이 대법관에 (감사) 협조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김 처장은 "(감사원)법 취지에 따라 기본적으로 (법원은) 감사원의 감찰을 받지 않지만 꼼꼼히 따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는 중립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청에 '무례하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 "서면조사 요청을 무례하다고 밝힌 전직 대통령이 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똑같은 상황이 오면) 화 안 낼 거 같다. (김 처장은) 그렇게 권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처장은 "만약 저희에게 의견을 묻는다고 한다면 대법원장에게 소상히 (조사에 응해) 밝히도록 말하겠다"고 답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법 위반 재판이 규정보다 늦게 처리되는 실태를 문제 삼으며 김 처장에게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의 빠른 처리를 주문했다.
조 의원은 과거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2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10개월 이후에서야 끝났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에 "각 사건마다 어려움이 있고 심리가 방대하다 보니 개별적 요인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변호했다. 조 의원은 "이번에도 저렇게 (늦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되묻자 김 처장은 "재판부는 규정을 지키려도 노력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김 처장에게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처장에게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법원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며 관련 제도의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은 과거 법원이 신당역 사건 가해자 전주환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구속영장과 관련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법부의)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은 이해하지만 영장을 발부할 때 피해자 접근금지 조건을 달아 석방하고, 어기면 다시 구속하는 '조건부 석방'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이에 "취지에 공감하고 법관으로서의 한계도 느낀 점이 많다"며 "(조건부 석방이 도입되면) 이번 (신당역) 사건처럼 피해자 분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탄희 의원은 "법원이 전주환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당시 피해자는 (영장 기각)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질책하며 대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관련 규정에 허점이 있고, 영장 기각 시 피해자에게 통보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이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사위 국정감사는 감사원 문제로 인한 여야 간 대치로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열렸다. 민주당 측 법사위원들이 감사원을 비판하기 위해 '정치 탄압 중단하라'는 피켓을 내걸었고, 국민의힘은 이에 '정쟁국감 노(NO) 민생국감 예스(YES)'라는 피켓으로 맞대응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이날 국감 질의 도중 문 전 대통령 감사 논란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정치탄압이면 그분들에 대한 성역을 인정하라는 건지 반문하고 싶다"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