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9일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국민의힘의 불참, 대통령실의 비판 속에 여야 관계도 한층 경색됐다. 민주당이 박 장관에 이어 한동훈 법무부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도 화살을 겨누기 시작하면서 양당의 강 대 강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표결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비속어 논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홀대 논란 ▲나토 순방 중 민간인 수행 논란 등 윤석열 정권의 외교 문제 전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도 "총체적 무능 외교, 굴욕적 빈손 외교와 관련해 주무 부처(외교부) 장관의 책임을 묻는 건 야당의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본회의 정회를 선포하고 여야 협의를 중재했으나 양당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김 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방한 일정이 끝날 때까지 해임건의안 표결을 미루자고 요청하면서 본회의는 해리스 부통령이 출국한 오후 6시 이후에 열리게 됐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국민들로부터 큰 민심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야당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순순히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박 장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거취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한덕수 국무총리도 박 장관 보호에 나섰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박 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협력이 절실한 때 총칼 없는 외교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치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진 장관은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다"며 해임건의안 추진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화살은 다른 정부 각료에게로 향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28일)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한 장관이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서 자신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당시 모두진술에서 "박 원내대표는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분리를 주장하며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장관이)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짜깁기하거나 맥락과 무관하게 연결해 (검수완박법이) 특정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인 것처럼 발언했다"며 "야당 원내대표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공표해 입법권을 훼손하고 박 원내대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이에 맞서 "할 말이 있으면 재판정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해달라"라고 반격했다.
민주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에 대한 고발도 예고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29일 성명문을 내고 "기재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국회의 '공공기관 혁신계획안' 제출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며 "기재부의 자료제출 거부가 지속된다면 국회법 등에 따라 추경호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야당과 정부·여당의 대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호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협치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낮은 지지율 때문에 여권이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정감사, 정부 예산과 관련해서도 서로의 견해차가 크다 보니 강 대 강 정국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할지를 떠나 야당과의 관계는 계속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타협은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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