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 증시가 좀처럼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현재 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면서,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만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주가 상승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지난 23일까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신탁 계약 제외)을 발표한 상장사는 총 38개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8% 증가한 수치다.
일례로 코스닥 상장사 세종텔레콤은 지난달 18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2천781만주(약 149억원)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 다음날 세종텔레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LS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30만8천441주(약 190억원)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사들인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LS 주가는 지난 7월 13일 종가 기준 5만1천700원으로 전저점을 형성한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호재로 인식된다. 경영진이 현재 기업 주가가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상장사가 늘어나면 증시가 전반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다. PBR 1배 미만은 현재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로, 전반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다만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주가 부양 효과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6개월 간 이를 처분할 수 없지만, 그 이후 언제든 시장에 다시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사주 소각이 병행되지 않으면, 향후 취득한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매각하는 등 우호지분을 늘리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입하면, 수급 측면에서 물량이 받쳐주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많이 빠지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해도 주가가 반응 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사주가) 언제든 다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향후 백기사에게 넘겨서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면서 "자사주가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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