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미 국민들께 드린 약속들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된 후 임직원들에게 '옥중서신'을 통해 이처럼 당부했다. 자신이 어려움 가운데 처해 있어도 평소 '인재 중심 경영' 철학을 강조했던 만큼 청년들에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뜻을 이어 삼성도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 등으로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이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맞춰 삼성은 올 하반기에도 미래 세대를 위한 고용·창출을 위해 공개 채용에 나섰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5년간 총 8만 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올해부터 채용 규모도 더 확대된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이번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선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등 20곳이다.
지원자들은 오는 14일까지 삼성 채용 홈페이지 '삼성커리어스'를 통해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서류 접수 이후에는 ▲9월 직무적합도 평가 ▲오는 10월 중 직무적성검사(GSAT) ▲11월 종합면접 ▲12월 건강검진 등 순으로 진행한다. 삼성은 올해도 지원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GSAT를 온라인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공채는 이 부회장의 복권 이후 첫 정기 공채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기술 개발, 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 등 3대 축을 바탕으로 초격차 유지와 초일류기업 입지 강화를 위한 '뉴삼성' 비전을 실현 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이번 공채가 '뉴삼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의 '인재 중심 경영'에 대한 의지는 그 동안 크고 작은 대내외 행사나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내 뱉은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9년 6월 디바이스솔루션(DS)·디스플레이 사장단 회의 당시 이 부회장은 "작년(2018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 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해인 2020년 5월에도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 그 인재들이 주인 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의 '여성인력 중시' 철학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고, 1995년에는 입사 자격요건에서 ▲학력 ▲국적 ▲성별 ▲나이 ▲연고 등을 제외하는 파격적인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이에 맞춰 이 부회장은 2020년 8월 수원사업장에서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부회장은 핵심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AI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새로운 인수합병(M&A) 전략을 수립하는 신사업 태스크포스(TF)장으로 정성택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애플·인텔·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라며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공채를 통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며 "우수 인재를 확보해 더 성장 시킴으로써 회사와 국가 미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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