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일부터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대에 집중된 폭우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기대됐던 보험료 인하 가능성도 사그러들 전망이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6천526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은 884억5천만원에 달한다. 4개사는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이 84.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국산차의 비중은 4천355건(370억2천만원), 외제차는 2천171건(514억2천만원)으로 조사됐다. 외제차의 추정 손해액은 5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전체 손보사 12개사 기준으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7천678건(977억6천만원) 수준이다. 침수 피해 건수 중 국산차의 비중은 5천124건(435억6천만원), 외제차는 2천554건(542억1천만원)이다.
특히 이번에 80년 만에 중부지방 일대에 최대 4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 지역에 피해가 상당했다. 이날 기준 접수된 외제차만 2천대를 돌파했다.
현재 접수된 건을 보면 5억원 이상의 페라리, 2억3천만원대 벤츠 S클래스, 1억8천만원대 포르쉐 파나메라, 1억7천만원대 벤틀리 등 수억원대 초고가 차량의 피해가 접수됐다. 최고급 외제차가 밀집한 강남 지역에 폭우 피해가 발생하면서 손해액이 불어났다.
주요 손보사들은 태풍이나 폭우 등 계절적 요인으로 피해가 예상됐지만 강남 지역에 강타한 피해 여파로 패닉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지난 8일 폭우 이후 자동차보험 보상 쪽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강남 지역에서 차량 침수 접수가 많은데 전손 처리 등을 고려하면 손실액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유가 급등에 따른 자동차 운행량 감소로 사고 건수가 줄어들면서 안정적으로 자동차 손해율을 관리해왔다.
지난 6월말 자동차보험 부문 빅5의 손해율은 삼성화재 76.3%, 현대해상 78%, KB손해보험 75.9%, DB손해보험 76.5%, 메리츠화재 74.1%를 기록했다. 빅5 손보사의 상반기 손해율 평균은 76.2%다. 통상적으로 보험업계에선 적정 손해율을 78~80%로 보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보험료 인하에 추가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지난 4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대형 손보사는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실적이 흑자전환되면서 보험료를 소폭 인하했다. 삼성화재가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 내린 후 잇따라 1.2~1.4% 수준으로 내렸다.
하지만 강남 지역에 집중된 폭우에 따른 수천억원대 피해가 발생하면서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상반기 한 차례 보험료 인하해 추가 인하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던 분위기였다"면서 "매년 하반기 자동차 손해율이 계절적 요인과 휴가철 자동차 운행량 급증 등이 겹치면서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운데 강남 지역에 집중호우로 추정 손해액이 막대할 것으로 보여 손해율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며 "통상적으로 연간 손해율 추이를 통해 내년 보험료 산정을 함에 따라 (보험료 인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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