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이 5일 돌연 사퇴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준위가 전날(4일) 결정한 전당대회 규칙에 일부 수정을 가하면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전준위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수정한 비대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당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전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전준위는 차기 전당대회 경선 규칙으로 ▲ 대의원 선거인단 비중 30%로 축소(기존 45%) ▲ 국민여론조사 반영비율 25%로 확대(기존 10%) ▲ 예비경선(컷오프) 단계에서 국민 여론조사 30% 도입 ▲ 최고위원 투표 1인 2표제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대위가 이후 회의를 통해 ▲ 예비경선 여론조사 반영 취소 ▲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 도입 등 일부 내용을 변경하면서 문제가 됐다.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1인 2표 중 1표를 자신의 권역 내에 출마한 최고위원에게 투표하는 방식이다. 지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게 비대위 측 설명이다.
안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비대위가 전준위와의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에 대해서도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으로서 투표권 제한의 강도가 가장 높고 거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에 이어 김용민·김병욱·양이원영·장경태·정청래·정성호 의원 등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비판에 가세했다.
이들은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며 "이런 비대위의 결정은 오랜 기간 지적된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지적했다.
권역별 투표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우리 당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정당으로 갇힐 우려가 있다"며 "전국적 결속력을 높이려면 투표권 행사방식을 강제하지 말고 민주적 과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준위원인 김병욱 의원은 "(최고위원의 지역성 보완을 위한) 여러 논의를 했지만 강제로 (권역에) 투표를 할당하는 문제는 쉽지 않고 자유투표(원칙)에도 어긋난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미 비대위에) 차라리 당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지역에 배당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비대위의 전당대회 규칙 수정이 논란이 되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해명했다.
그는 예비경선 여론조사 도입 문제에 대해 "여러 관례로 보더라도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에 여론조사를 반영하면 변별력 확보가 어렵지 않느냐. 후보가 10명이 넘는 경우 일반 국민이 어떤 변별력을 갖고 컷오프를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에 대해서는 "지난 수년간 충청, 영·호남 출신 최고위원들이 지도부에 입성 못해 계속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다음 총선을 앞둔 지도부에 충청, 영·호남 출신이 진입하지 못하면 전국적 여론을 청취하지 못하게 되는 심각한 우려가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이 문제는 최종적으로 내일 열릴 당무위에서 결정하는 거라 당무위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이날 광주 일정이 끝난 후 안 위원장과 전준위원들과도 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내일 당무위 회의를 통해 전당대회 규칙을 최종 확정한다.
한 민주당 다선의원은 통화에서 "우 위원장이 사심을 갖고 추진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전당대회 규칙은 당내 다수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연락이 오면 당연히 만나서 당 현안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 위원장과 협의할 뜻을 밝혔지만 아직 우 위원장 측에서 연락이 오진 않았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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