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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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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5부.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편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1996년 4월 15일 새벽 6시 서울 정보통신부 청사 광화문 세안빌딩.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재계 관계자들이 속속 몰려 들었다.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신청 접수는 오전 10시였으나 1호 접수자가 되기 위해, 상대방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혹시 모를 미연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접수장에 찾아왔다.

정보통신부는 앞서 1994년 이뤄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접수 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우선적으로 접수창구의 혼란을 막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접수권을 발부했다.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도 방지하지 위해 접수에 나서는 인원은 최대 4명으로 축약했다. 또한 트럭 몇대를 대동해 서류를 내야 했던 이전 사례를 비춰 사업계획서 본문 분량도 제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수에 나선 사업자들의 서류량은 방대했다. 많은 서류와 함께 보안에도 최대한 신경을 썼다. 예컨데 신청서류를 작성하는 직원들이 격리된 지역에서 1개월 동안 외부차단된 상태로 일하기도 했다. 하물며 친인척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였다. PC만 약 100여대 프린터도 10대 이상이 동원된 곳도 있었다. 복사지만 따져도 약 3톤 가량으로 쌓였다.

선착순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은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가 아닌 주파수공용통신(TRS) 접수 사업자였다. 한진글로콤이 접수 1호 사업자로 기록됐다. 이후 PCS 사업자 접수에 나선 LG텔레콤과 한솔PCS(한솔-데이콤), 글로텔(효성-금호-대우), 에버넷(삼성-현대), 그린텔(중소기업) 순으로 접수 서류를 제출했다.

정보통신부는 3명씩 5개조의 접수요원이 접수장인 21층에서 사업자를 기다렸다. 약 20여명의 접수요원은 법인명과 대표자명의 일치여부, 허가신청서 기재사항 누락여부 등을 점검했다. 하지만 워낙 서류량이 방대했기 때문에 PCS의 경우 1개 사업자만 확인하더라도 1시간 가량이 소요됐다. 그나마 오후부터는 요령이 붙어 보다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접수와 함께 각 컨소시엄의 관계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책임자인 이성해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지원국장부터 기자들의 동선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보고하기 바빴다. 또한 상대방의 주주 구성과 접수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와는 달리 누구보다 여유로운 곳은 한국통신이었다. 이미 PCS 사업자 1자리를 꿰찬 한국통신은 마감시간인 오후 4시가 되기 1시간 전인 3시에 접수장에 나타났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각 책임자들에게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정장호 LG그룹 사장은 평생 만든 사업계획서 가운데 가장 만족스럽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LG그룹과는 달리 에버넷 진영은 시끄러웠다. 에버넷 사업자계획 대표자로 남궁석 삼성데이터시스템 사장이 표기되면서 컨소시엄의 주도권이 삼성에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양사는 이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삼성과 현대는 에버넷 대표는 외부에서 영입돼 계획서 대표는 의미가 없다고 손사래쳤다. 현대전자는 홍성원 부사장이 주로 담당했기에 직급상 높은 남궁석 사장을 표기한 것뿐이라 해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가 정보통신부에게 ‘대표자’를 표기하는 항목을 쓰지 않고 공백으로 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는 설이 돌면서 그만큼 주도권 다툼이 치열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2G 시장에 500만 화소 카메라폰 출시할 당시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G 시장에 500만 화소 카메라폰 출시할 당시 모습 [사진=삼성전자]

◆ 2라운드 ‘로비전’ 대비

내부적으로 서류 준비와 외부적으로 진흙탕 싸움을 이어 온 사업자들은 접수가 끝나자마자 로비전에 돌입했다.

앞서 각 진영의 희비가 갈렸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LG그룹은 PCS사업추진팀을 2개팀으로 나눠 일주일간 휴가를 보냈다. 한솔도 정보통신사업단 인원에거 3박4일의 위로휴가와 함께 포상금으로 50만원씩을 쥐어줬다. 이와는 달리 에버넷과 글로텔은 휴가를 반납했다. 공교롭게도 휴가를 보낸 곳과 반납한 곳으로 나뉜 양 진영은 선정 발표날 또 다시 희비가 갈리게 된다.

로비전은 크게 심사위원회 구성내용과 정보통신부의 기류변화, 총선 이후 정치권 동향 등의 정보수집과 대외적인 홍보 전략으로 구분됐다. 이 가운데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공세 역시도 계속됐다.

우선 명문을 앞세웠다. LG텔레콤은 컨소시엄의 강점과 중소기업 육성계획을 공개했다. 한솔PCS는 대 고객 서비스 극대화와 중소기업 지원계획을 앞세웠다. 2002년까지 총 3천억원의 중소기업 장비 구매, 데이콤 초고속광통신망을 이용한 저렴한 서비스를 예고했다. 글로텔은 기술개발 실적과 중소기업 추가 지분할당으로 대응했다. 그린텔은 중소기업 역량과 사업권 획득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가운데 4월 19일 정보통신부는 통신위원회를 통해 평가부문별 청문회식 평가와 계량, 비계량 평가 등 3가지 방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선정 심사기준 최종안을 확정했다. 22일부터 자격심사와 사업계획서 계량 평가, 비계량 평가를 차례로 심사하고 신청법인에 대해 청문회가 필요하다면 진행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모순이 발생하거나 미비한 사안이 있다면 심사항목별배점의 10% 범위에서 감점을 하기로 했다.

◆ 정부도 못말린 LG텔레콤 vs 에버넷 신경전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곳은 LG텔레콤과 에버넷이었다. 이미 CDMA 상용화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LG그룹의 위세가 드높았다. LG그룹의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LG정보통신의 주가가 연일 상향 곡선을 그렸다. 또한 소위 주인없는 연합 컨소시엄인 에버넷 대비 단독 진출의 당위성이 효력을 얻기도 했다.

4월 24일 남궁석 삼성데이터시스템 사장의 작심 발언이 두 진영의 갈등에 불을 지폈다. 남궁 사장은 공식적으로 LG그룹 데이콤 지분문제를 따지기 위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신용은행이 데이콤 지분 9.8%를 매각할 당시 LG그룹 측이 시장가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부 규정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에 1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는 신규 통신사업 참여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즉, LG그룹의 데이콤 지분 10% 이상 확보가 기정사실화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게다가 삼성은 LG그룹이 가진 데이콤 지분이 18%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LG그룹은 데이콤 지분과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군불을 때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의 지적이 경쟁에서 지고서도 물고 늘어지는 비신사적인 행위라 힐난했다. 삼성 역시 장기신용은행의 데이콤 지분 매각에 새한미디어를 통해 참여했으나 탈락했다는 것. 또한 데이콤의 지분을 보유한 곳은 삼성뿐만 아니라 에버넷으로 연합전선을 꾸린 현대, 동양그룹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 진영도 충분히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진영의 갈등은 데이콤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략설 등을 서로가 유포하고 있다며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자 정보통신부가 진화에 나섰다. 이석채 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정보통신정책토론회 간담회에 참석해 사전내략설과 조기선정설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데이콤 지분 논란은 법 테두리 내에서 판단할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분제한조사 결과에 따라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사업계획서의 평가와 정책목표 등을 감안해 방향이 맞는 컨소시엄을 선정할 것이며, 도덕성 평가는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가 나서 논란을 진화하고자 했으나 별반 효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작심한 듯 5월 6일 대그룹 과열 경쟁 자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도덕성 관련 부문의 구체적 내용을 적시해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했다. 도덕성 평가를 최소화하겠다는 말을 번복한 사례였으나 그만큼 첨예한 경쟁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단초이기도 하다.

PCS 사업자 발표 당시 지상파 뉴스 캡쳐 [사진=imbc]
PCS 사업자 발표 당시 지상파 뉴스 캡쳐 [사진=imbc]

◆ PCS 사업자 확정

서류 심사를 마친 정보통신부는 5월 22일 심사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23일부터 본격적인 1차 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박항구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이동통신기술연구단장을 총괄위원장으로 하는 비공개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그 중 PCS부문은 이명호 한국통신개발연구원(KISDI) 박사를 위원장으로 세웠다.

22일 발표와 함께 심사위원들은 저녁시간을 이용해 한국통신 도고수련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6월 1일까지 10여일동안 외부와 차단된채 심사에만 집중했다. 이전 신규통신사업허가신청 요령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기본적 규정을 기반으로 통신서비스 수행 기초자질을 평가했다. 좀 더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실제 법인명 대신 코드번호로 사업계획서 신청법인을 구분해놨다. 오전과 오후 빡빡한 일정 속에서 심사가 이뤄졌다. 또한 다른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조차 열람이 금지됐다.

심사위원회 심사마감 직전인 5월 31일 정보통신부는 청문평가 일정을 공개했다. 3일부터 5일까지 과천시 주암동 통신개발연구원(KISDI)에서 청문평가를 실시하고 PCS 장비업체군은 4일, 비장비업체군은 5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청문평가가 시작된 3일 정보통신부는 시간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4일 오전 장비업체군을, 오후 비장비업체군에 대한 청문평가를 단행키로 했다.

모든 심사를 마무리한 10일. 이석채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종 선정된 신규 PCS 사업자를 발표했다. 한국통신과 LG텔레콤, 한솔PCS가 호명됐다.

이 중 데이콤 지분으로 인한 잡음이 있었던 LG텔레콤에 대해서는 데이콤에 대한 모든 형태의 실질 경영지배 시도를 포기하고 보유 지분을 1년안에 5% 이하로 낮추는 것을 허가조건에 넣겠다고 발표했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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