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나이를 기준으로 이유 없이 임금을 삭감케 하는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에 해당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에 사무금융노조는 환영을 표하며 금융산업의 조기퇴직 기폭제인 임금피크제 폐지를 촉구했다.
26일 대법원은 퇴직자 A씨가 재직했던 국내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B연구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만 55세 이상 연구원의 인사평가·급여체계 기준을 따로 마련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A씨는 임금피크제로 직급이 2단계, 역량 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받게 됐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2014년 제기했다. 원심은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 금지조항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B연구원의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의 합리적인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로 봤다.
사무금융노조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전하며 임금피크제는 박근혜 정권이 추진한 노동개악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 후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거의 없었고 인건비 축소와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꼬집었다.
중장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단계별로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희망퇴직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으며, 정년연장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탄생한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금융산업의 조기퇴직을 일상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100세 시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희망퇴직으로 등을 떠미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희망퇴직의 배경이 바로 임금피크제 도입인 만큼, 지금 즉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금피크제가 사라지면 직원 대부분이 정년을 채울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본래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연령이 되면 월급 삭감을 감수하거나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야했다.
금융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선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만 56세부터 매년 임금의 10%씩 깎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농협금융계열사 직원들은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만 56세가 되면 2년치 연봉에다 추가 혜택을 받고 명예퇴직을 해왔다. 다른 보험사나 카드사들도 비슷한 연령대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고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무금융노조는 "이 판결을 그동안 부당하게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가 원상회복되는 시금석으로 삼을 것"이라며 "법률소송·특별교섭요구 등 그동안 빼앗겼던 노동자의 권리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만반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해당 판결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은 고령자 고용 안정과 청년 일자리 확대"라며 "이번 판결은 이러한 법 개정 취지를 무색케 하면서 산업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며 "향후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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