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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부회장' 이재용, 올해 '회장' 달고 '위기의 삼성'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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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집행 완료 전 尹 사면 결정에 촉각…삼성 컨트롤타워 복원 가능성도 제기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는 회장 승진을 할 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경제계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내부에서도 위기감을 떨쳐 내기 위해 이 부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간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부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지 일주일 만인 1998년 9월 회장에 취임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부친 구본무 회장의 별세 후 한 달여 만인 2018년 6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그룹을 이끌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매년 임원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론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재계에선 지난 2020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이후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국정농단 재판과 이후 이어진 삼성물산 합병의혹 재판까지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며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에 발목을 잡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한 시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며 "경영 현안 대응과 미래사업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처지는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산업계가 디지털 전환 등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며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은 삼성으로선 가장 큰 문제다.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정 회장과 구 회장 등 여타 재계 총수들이 일찍이 회장 승진 후 현안을 진두지휘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LG는 총수가 전면에 나서 수소차와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분야에선 성과도 내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면론이 처음 떠올랐을 때만 해도 승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지만, 현재 가석방 신분이기 때문에 승진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사면을 받아 경영 활동에 법적 제약이 없을 때 승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 상황이 길어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꼬집었다.

경제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도시 봉쇄,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이슈로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빈자리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미뤄지면서 국가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경제5단체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지난달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을 포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사면을 요청했다. 지난달 29일엔 삼성전자 1차 협력사 약 207개 업체가 소속된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도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법무부에 제출했고,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 찬성 의견이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끝까지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공식 취임한 윤 대통령이 기업 친화적인 행보를 이어가자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만찬에 주요 그룹 총수들을 처음으로 초청한데다 헤드테이블로 따로 불러 건배까지 제의한 것을 두고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기업 총수들을 정책 파트너로서 존중했다는 평가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유일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유일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5년 간 취업 제한 등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으려면 형 집행이 완료되기 전에 윤 대통령이 사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는 7월 29일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일각에선 8·15 광복절 이전에 사면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충일·제헌절 특별사면까지 거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만큼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 활력을 위해 경제인 사면도 빠르게 단행하지 않겠냐"며 "현재 끝난 재판에 한해서라도 사면을 통해 이 부회장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하루빨리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조만간 사면을 결정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의 경우 형식적인 문제인 만큼 논란에서 자유롭다. 회장, 부회장, 사장 등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보고, 의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내년쯤 등기 이사 복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든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고 무보수 이사로 근무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삼성물산 합병 재판 등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머로우소달리에서 근무한 오 다니엘 이사를 IR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지배구조 개편 전문가를 영입한 것을 두고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평가했다. 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때 반대하는 여러 의견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오 이사가 기관투자자를 찾아가 설득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그룹의 전략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곧 바로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해당 역할은 현재 사업지원,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 금융경쟁력강화 등 소규모 태스크포스(TF) 팀이 맡고 있다. 그러나 중심축이 없어지며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부작용이 야기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또 '삼성 저격수'로도 불렸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전 실장은 앞서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이 부회장은 기존 미래전략실과 다른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삼성물산에 쪼개진 소(小)미전실 시스템으로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법적 근거가 없는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을 부활시켜서는 안 되겠으나 계열사별 각자도생 체제로는 삼성의 쇄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김 전 실장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세워져야 한다"며 "삼성처럼 계열사가 매우 많은 그룹에서 총괄하는 조직이 없다면 계열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어렵고 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어 컨트롤타워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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