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두 사람의 '악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오는 5월 10일 윤 당선인의 취임식에 가능한 한 참석하겠단 뜻도 밝히면서 두 사람 사이 10년 악연의 실타래가 풀려가는 모습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 중인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 "대통령님의 건강에 대해서 얘기했고,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그러니까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 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님이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과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애초 이날 오후 2시쯤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을 예정이었지만 이보다 조금 빠른 오후 1시 57분쯤 도착했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에는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법적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양측은 두 사람이 민트차에 곁들여 한과를 먹으면서 굉장히 따뜻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고 간혹 웃음도 터졌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현장을 떠난 후 배석했던 권영세 부위원장은 취재진에 "당선인이 얘기했듯 과거의 특검과 피의자로서의 일종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셨고, (박 전 대통령의)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해서 정책에 대한 계승도 하고 제대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말한 '지나간 과거'라는 것은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적폐 청산' 수사를 이끌면서 박 전 대통령에 중형을 구형한 것을 언급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적폐 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만큼 이번 만남으로 두 사람의 정치적 구원(舊怨)이 풀릴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만남에 이어 화해의 두 번째 계기가 될 윤 당선인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취임식 참석을 정중히 요청하자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도 이 자리에서 말했다.
유 변호사는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내각을 어떻게 운영했고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그런 자료를 보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당시 어떻게 나라 국정을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외교안보라는 울타리가 튼튼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울타리가 튼튼해야 한다"며 "지금은 국내에서 혼자하는 시기가 아니고 여러 나라와 신뢰를 맺어서 서로 윈윈해야 나라가 발전한다. 안보와 경제도 신뢰 속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박근혜 정부 내내 지방을 전전하며 한직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후 2016년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국정농단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했고, '적폐 청산'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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