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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31> 코로나19와 죽음은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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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수 십 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더 이상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됐다. 2년째 계속되는 전쟁에서 휴전을 택할 때도 된 것이다. 학교에도 가야 하고, 직장에도 가야 한다. 그 동안 미루어왔던 만남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감기 수준의 코로나와의 상생은 한 단계 진보한 대처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대가를 힘겹게 치르고 있는 곳이 있다.

78명의 어르신이 생활하는 A요양원에서는 2주 전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요양보호사 한 명이 확진을 받은 뒤, 그 층에서만 13명의 어르신이 감염이 됐고, 곧 전체 요양원으로 확산됐다. 한 층을 격리병동으로 개조하여 어르신을 옮기고, 방마다 환풍기를 설치하고 음압장치를 흉내내는 등 나름 대처를 해 나갔다. 하지만 치매가 있는 어르신은 자신을 가두었다고 생각해 폭력성이 심해지면서 문을 부수고 나오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 2주 동안 기저 질환이 있던 어르신 두 명이 돌아가셨고, 확진을 받은 5명의 직원이 7일간의 격리를 위해 병가에 들어갔다. 남은 직원들은 교대도 못 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 한 층의 25명 어르신을 3명의 요양보호사가 돌보아야 하는 정도이다. 어르신의 식사 케어도 위생 관리를 하는 것도 어렵다.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노인학대'로 신고될 지경이지만 위기 상황 앞에서 그 동안 힘들어 지켜온 기준은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렸다.

B요양원의 경우, 3주 동안 800벌의 방역복, 2천벌의 1회용 방역복을 사들였다. 방역복을 입은 상태로 어르신을 들어 옮기고 식사를 제공하는 고된 노동, 휴식시간 없는 근무로 모두들 지쳐버린 상태이다. 원장마저 나서서 어르신들의 식사 케어를 하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지만 부족한 인력을 메꿀 길은 없어 보인다. 정부에서는 인력 지원을 약속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시설에 인력 투입은 규정 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불가능해 보인다.

시설뿐만 아니라 재가 서비스에서도 파열이 일어나고 있다. 독거어르신의 경우 확진과 동시에 버려지다시피 한다. 하루 3시간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는 감염의 두려움 때문에 방문 요양을 거부한다. P방문요양센터장의 경우, 요양보호사를 어렵게 설득해서 잠깐 방문해 식사 제공과 안부 확인만을 하도록 했지만, 규정상 시간을 채우지 못해 건강보험공단의 수가 청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P센터장은 '어르신이 코로나19로 돌아가시는 것이 아니라 굶어서 돌아가시겠다'고 탄식을 한다.

인력 부족도 문제이지만, 처음 겪는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매뉴얼이나 지침이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기 위해 보건소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보건소 전화는 먹통이다. 다른 어르신들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건강한 사람들과는 달리 노인들의 경우,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금방 폐렴으로 진행되고 산소포화도는 떨어진다. 해열제와 감기약으로 버틸 뿐이다. 중증 어르신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를 돌리던 A요양원 원장은 '중증 병상에 아직 여유가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장기요양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전문가·종사자 모임인 '사람중심케어(Person Centered Care)실천네트워크'에서는 장기요양기관에서의 위기에 대해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사회의 관심 부족, 정부의 무대책'이 더 속상하다고 한다.

부족한 인력으로 전쟁터와 다름없는 와중에도, 전국의 보건소에서 확진 확인을 위해 전화가 걸려온다. 요양원이 소재한 지자체에서 일괄적으로 조사를 할 수도 있으려만, 어르신 주소지의 보건소에서 제각각 전화가 걸려온다. 보건소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 지자체에 따로 보고를 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방역이나 일손 부족에 짐을 더하는 일이다.

질병관리청의 집계에 따르면 연령대별 확진자 수에서 70대 이상의 확진은 많지 않다. 70대 이상은 전체 확진자의 6.2%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망자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70대 이상의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79.7%를 기록하고 있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나이가 들면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만큼 살았으면 죽을 때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1991년에 제시된 노인을 위한 UN원칙에는 자립, 참여, 보호, 자기실현, 존엄 등 5개의 주요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노인이 어떤 곳에서 거주하더라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그 동안 정부, 장기요양기관, 관련 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쏟아왔었다. 하지만 무수한 행정서류와 감시, 감독으로 구축해 온 복지도, 인권도, 코로나 앞에서는 모래로 쌓은 성처럼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의 한 요양원에서는 코로나 감염을 두려워한 직원들이 집단으로 탈출을 해 버리고 남은 노인 31명이 버려진 채로 모두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코로나19 초기에 집단면역의 길을 선택한 스웨덴의 경우에도, 요양원에서의 희생이 심각했다. 이 때문에 '방역대책보다 노인대책이 부족했다'며 자성을 했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에 의해 노인이 희생되는 현재 사태를 방치한다면 이는 고려장이 횡행하던 시대에 사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정말 대책이 없을까? 사람중심케어실천네트워크의 긴급 설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제시됐다. 대체인력의 투입을 위해 한시적으로 자격증이 없더라도 투입하거나 특별 수당을 제공하는 방법, 약의 구입을 용이하게 하며, 방역 및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는 것, 코로나19 발생시 대응 병원 지정 및 연계, 이송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등이 제시됐다. 마스크, 소독제, 방호복등의 지원, 독거 어르신을 위해 치료약 배달과 방역 청소 실시 등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아 보인다. 계절성 독감 기준으로 과감한 방역 해제와 격리 완화도 생각해 볼 일이다.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관심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우송대학교 사회복지아동학부 초빙교수는 30대에 초고령국가 일본에서 처음 노인문제를 접한 뒤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 두고 노인문제전문가로 나섰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을 썼으며 연령주의, 치매케어등을 연구하고 있다. 치매에 걸려서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며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요양 현장을 만들기 위해 '사람중심케어실천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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