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애플, 삼성,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친환경'을 앞세워 기본 패키지에 충전 어댑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두고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환경보호 차원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앞세웠지만 원가절감을 통한 이익 남기기의 목적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며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충전 케이블은 제공됐는데 이마저도 충전 어댑터에 휴대용저장장치(USB)-C 타입으로 연결되는 라이트닝 케이블이었다.
이후 삼성과 샤오미도 '충전기 제외' 방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1'의 패키지에서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했다. 샤오미는 '미11'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충전기가 포함된 제품과 미포함된 제품으로 나눠 출시했다. 앞서 양사는 애플의 충전기 제외 결정을 비판했다가 이같이 발표하면서 비난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 구성품에도 충전기를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진 보급형 제품에선 기존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갤럭시A13' 공개 때부터 처음으로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별도로 판매키로 했다. '갤럭시A13'은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갤럭시A12'의 후속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갤럭시A12'는 지난해 5천180만 대가 판매됐다.
또 IT 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스마트폰 소매점들은 "삼성전자가 일부 보급형 스마트폰의 구성품에 충전기 어댑터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갤럭시A13'은 물론 다른 중저가폰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갤럭시A13' 구성품에서 충전기 어댑터가 빠진 만큼 오는 17일 언팩 행사인 '어썸(Awesome)'을 통해 공개될 새로운 '갤럭시A' 시리즈 역시 충전기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갤럭시 A23·33·53·73 등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제품 포장 단계에서도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며 포장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갤럭시A' 시리즈 신제품에도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일부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호란 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원가절감이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기업들은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봤지만, 기기값은 저렴해지지 않아 부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아이폰' 구성품에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약 50억 파운드(한화 8조690억원)를 절약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IT 매체 폰아레나가 인용한 시장 분석업체 CSS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충전기, 이어폰을 빼 '아이폰' 1대당 27파운드(약 4만3천500원)를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이폰' 가격은 낮추지 않았다.
CSS 인사이트는 "애플은 '아이폰'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1억9천만 대의 기기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제품 부피가 줄어 운송 비용 절감으로 얻는 추가 이익까지 합쳐 애플이 얻은 수익 규모는 50억 파운드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각 기업들이 무선 이어폰, 무선 충전기 등을 잇따라 내놓은 만큼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도 분석했다. 애플의 무선 충전기인 '맥세이프'의 판매가는 5만5천원, 삼성 무선 충전기의 판매가는 제품에 따라 3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달한다.
CSS인사이트는 "애플은 아이폰을 판매할 때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액세서리 판매로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2억2천500만 파운드(약 3천633억원)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충전기가 빠지면서 구입비용은 사실상 더 올라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공식몰에서 충전기 어댑터를 1만3천800~3만8천원에 판매 중이다.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20와트(W) USB-C 타입 전원 어댑터와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을 각각 2만원대에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과 삼성전자는 브라질 상파울루 소비자보호기구(Procon-SP)로부터 수십억원대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가 스마트폰 업체들의 충전기 미포함 움직임을 일종의 담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패키지에 충전기를 함께 제공하지 않은 것을 두고 1천555만8천750헤알(한화 34억659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에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아 1천37만2천500헤알(22억6천919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지난해 3월에도 '아이폰12' 시리즈에 충전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브라질 정부로부터 200만 달러(한화 23억6천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한 네티즌은 "기업이 환경보호의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충전 단자 규격부터 통일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에선 지난해 9월 모바일 단말 충전기의 단자 규격을 통일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4년부터 모든 모바일 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표준화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애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의 단자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 USB-C타입 단자가 새로운 규격으로 개발된 이후에도 애플은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했다"며 "애플이 왜 계속 이 같이 나서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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