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증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가 필요했다고 생각하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재판부는 10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4차 공판에서 증인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34차 공판엔 전 딜로이트안진(안진) 회계법인 직원 김 모 씨가 지난 33차 공판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김 씨가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관여한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은 김 씨의 마지막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재판부는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의 신문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물어보겠다며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의 의뢰 배경을 김 씨에게 질의했다.
통상 상장사 간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주가 평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 보고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 즉 '제일모직 주가는 고평가,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 된 시기를 골라 합병을 진행했기 때문에 합병비율에 대한 이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예상, '합병비율은 적정하다'는 외부 기관의 평가보고서를 받아두려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안진과 삼정 회계법인은 당시 합병비율이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비율이 적법하게 산정됐기 때문에 검토보고서 의뢰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평가업무상 증인은 상장법인간 합병비율 검토보고서가 많지 않다고 진술했다"고 물었다. 김 씨는 "처음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는 "합병비율 검토보고서가 필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김 씨는 "당시에는 규모가 큰 회사들이 합병하다보니 삼성물산 입장에선 이사회에 자료를 제출할 때 단순히 시가뿐만 아니라 다른 평가 방법으로 해도 시가로 산정한 합병비율이 나올 수 있다고 봤던 것 같다"며 "시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려고 (보고서를) 의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주가에 따라 합병비율이 산정되기 때문에 검토 보고서가 상장사에 요구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 당시에 삼성물산 주가가 이례적으로 낮아 설명해야 되는 상황이었냐"고 물었다.
김 씨는 "제일모직 쪽은 상장된 지 얼마 안돼서 주관적이긴 시각이긴 하지만 주가가 높은편이었다"며 "저희들 생각인데 물산 쪽 자산 규모가 큰데 시총은 모직 쪽이 높아 순자산과 주가에 괴리가 있어서, 시가를 이용한 합병비율만 얘기하면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평가 방법을 이용해도 시가를 기준으로 한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백업자료를 구비하려고 의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일상적으로 상장사간 합병을 할 때 회계법인이 관여하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일반적으로 상장사간 합병하는 경우 회계법인을 불러서 평가하는 케이스는 못봤고 비상장사와 상장사의 경우엔 봤다"며 "상장사간 합병 의뢰를 맡은 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처음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차 "그렇게까지해서 물산과 모직의 보고서가 왜 작성돼야 하는지 모르겠냐"고 질의했다.
김 씨는 "평가하는 저희 입장에선 이사회에 설명 자료로 쓰려고 의뢰했다고 봤다"고 답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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