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넥슨을 국내 최대 게임사로 일군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향년 54세로 미국에서 별세했다. 고인은 국내 게임산업의 최전선에서 1세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전성 시대를 연 게임 '맏형'이었다.
김정주 창업주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의 지원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박사 과정에 다니던 1994년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서울 역삼동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지금의 넥슨을 창업했다.
2015년 넥슨의 성장스토리를 담아 출간된 책 '플레이'에 따르면 김 창업주는 일본에 갔다가 닌텐도를 사려고 줄을 길게 선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닌텐도를 뛰어넘는 게임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창업과 함께 온라인 게임의 효시인 '바람의 나라'를 만들며 1세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이끌었다. 바람의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PC 온라인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분야를 온라인 게임의 주류로 자리잡게 했다.
게임업계 최초로 '부분유료화(Free to Play)'를 게임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1999년 발표한 인터넷 퀴즈게임 '퀴즈퀴즈'에 2001년 부분유료화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것. 이후 2000년대 초부터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의 호황을 주도했다. 2D MMORPG '메이플스토리'와 캐주얼 레이싱 '카트라이더' 등 새로운 시도를 담은 우수한 게임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처럼 김정주 창업주는 여러 게임을 연이어 성공하면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망한 게임사를 인수합병(M&A)하며 사업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2D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 1인칭슈팅 게임 '서든어택'의 게임하이(현 넥슨게임즈) 등이 그 예다.
그는 일찍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글로벌 DNA도 내재돼 있었다. 1996년에 게임 '바람의 나라'를 출시한 뒤 1년 만에 영어 버전을, 3년 만에 일본어 버전을 만들었으며, '메이플스토리'도 7개 외국어 버전을 만들었다. 2008년 중국에서는 '던전앤파이터'가 서비스 한달 만에 중국 온라인게임 1위에 올르는 등 열풍을 일으켰고 그 결과 넥슨은 매출 기준 국내 1위 게임사에 올랐다. 2011년에는 일본 도쿄 증시에 넥슨을 상장시켰다. 일본 상장은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마련과 글로벌 게임사에 대한 M&A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김 창업주는 넥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2006년 지주사인 NXC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7월엔 NXC 대표직도 사임하고 이사직만 유지했다.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을 개척했으며 2020년에는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국내 3대 게임사 '3N'으로 불리면서 국내 최대 게임사 반열에 올랐다.
고인은 생전 넥슨을 단순한 게임사를 넘어 한국의 디즈니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꾸준히 밝히기도 했다. 책 '플레이'를 통해 김 창업주는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라면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내는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에서 제일 부러운 건 (콘텐츠를 즐겨 달라고)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 콘텐츠는 재미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불량식품 같은 맛"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디즈니처럼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지식재산(IP) 회사가 되려면 "앞으로 20년쯤 지나 '똘똘한 게임 IP'가 더 많아져야 한다면"서 "(내가) 10년쯤 더 넥슨을 튼튼하게 만들고 빠지면 또 다른 친구가 와서 넥슨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9년 넥슨 매각을 추진할 때는 디즈니의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시도가 무산된 뒤부터는 지식재산권(IP) 확장에 집중해왔다. 2020년에는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 출신 케빈 메이어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 7월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선임하고 '넥슨 필름 & 텔레비전'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아시아의 디즈니'로 도약을 위해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 '어벤저스:엔드게임' 등 4개의 마블 영화를 제작한 루소 형제의 제작사 AGBO에 5억달러(약 6천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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