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S그룹의 기틀을 세운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11일 오전 8시 숙환으로 세상을 등진 가운데 고인과 그의 자녀들이 가진 LS 관련 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고 구자홍 회장은 지난해 초 모두 8차례에 걸쳐 ㈜LS 주식을 총 70만주 매각했다. 종가 기준으로 약 511억원 규모다. 이에 구 회장의 ㈜LS 지분 역시 2.23%에서 0.06%로 크게 줄어들었다. 남은 주식은 1만8천200주 정도로,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8억9천여만원 규모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도 지난 2019년 보유하고 있던 ㈜LS 주식 3만5천240주(0.11%)를 전량 매도했다. 또 이달 들어서는 LS그룹 에너지 사업 지주사인 예스코홀딩스 보유 지분도 전량 매도했다. 아버지인 구 회장과 여동생인 구나윤 씨 역시 가지고 있던 예스코홀딩스 보유 지분 전량을 팔았다. 이들이 갖고 있던 예스코홀딩스 지분은 구 회장 21만5천911주, 구본웅 대표 2만2천897주, 구나윤 씨 8천주 등이다.
이로 인해 재계에선 구자홍 회장이 작년부터 일찌감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LS그룹의 주요 3세 인물들이 최근 승진과 함께 주요 보직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구 회장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해석됐다.
다만 일각에선 구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만큼 차분히 지분 정리를 하며 향후 발생할 논란 거리를 사전에 차단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그룹 측에 따르면 구 회장의 가족들은 이번 별세 소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자홍 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 움직임으로 인해 범LG가(家)에서 이어져 내려오던 '장자 승계 원칙'은 LS일가 3세에서 깨질 것으로 보인다.
LS그룹은 2003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 형제가 LG그룹에서 전선·금속 부문을 계열 분리하며 출범했는데, 삼형제는 그룹 운영을 함께하면서 각자의 장자가 돌아가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는 방식을 약속했다.
이에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자인 고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2004년 초대 LS그룹 회장을 맡아 9년 차인 2012년 말 사촌 동생인 구자열 현 회장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줬다. 구자열 현 회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자다. 올해 취임한 구자은 회장은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2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다.
앞선 세대의 원칙대로라면 3세 경영의 첫 주자는 구자홍 회장의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여야 하지만, 구본웅 대표는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선 현재 LS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세 중에서 승계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에 참여 중인 오너가 3세는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구본규 LS전선 CEO,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 등 4명이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은 LS니코동제련을 이끈 고 구자명 회장의 장남이며 구본규 부사장은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남이다.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는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전 회장의 외아들이며,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는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재계에선 구자은 현 LS 회장 다음으로 차기 회장직을 맡을 인물로 구동휘 E1 대표이사 전무를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구 전무가 3세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지분 매수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에 LS 오너가 중 구자은 회장(3.63%)에 이어 두 번째로 ㈜LS 지분이 높다. 현재 3세들의 지분 비율은 구동휘(2.99%), 구본혁(1.46%), 구본규(1.16%), 구본권(0.39%) 순이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LS 회장은 구본웅 대표를 제외한 3세들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LS 가문의 승계 전통을 본다면 구자은 현 회장은 2030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한 후 3세들에게 넘겨줄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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